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던 모습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던 모습. ©뉴시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되자마자 하청 노동조합들이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면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법 시행과 동시에 대규모 교섭 요구가 이어지면서 향후 노사 관계와 산업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기업들 사이에서는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특정 기업이 이른바 ‘노란봉투법 1호 판례’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의제 기준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첫 판례가 향후 노사 관계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시행과 원청 대상 교섭 요구 확대

11일 고용노동부와 재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조선·자동차·해운·철강 등 주요 제조업 분야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공문이 잇따라 전달됐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일인 전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총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 소속 약 8만1600명이 원청 사업장 221곳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화오션, 포스코, 쿠팡CLS, 부산교통공사, 화성시 등 5개 원청 사업장은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사실상 교섭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와 관련해 회사 게시판 등에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고용노동부와 관련 법령이 정한 범위 안에서 협력사 등과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역시 법령에 따라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제조업체들도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 공문을 받은 만큼 조만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성 판단과 ‘노란봉투법 1호 판례’ 가능성

기업들은 현재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의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만큼 우선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뒤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분위기다. 교섭 요구를 받은 기업들이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법적 해석과 향후 노사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동계가 이를 교섭 해태에 따른 부당노동행위로 주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더라도 교섭 개시가 곧 교섭 대상 인정이나 모든 의제 수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기업들은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사건이 ‘노란봉투법 1호 판례’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간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

향후 하청 노조와 원청 기업 간 교섭 과정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 판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넘어서는 교섭 요구를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일부 노동계가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며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노사 관계의 안정을 위해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를 넘어서는 요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과 하청 간 교섭 구조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착될지에 대해 노사 양측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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