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 ‘풀꽃’의 한 구절이다. 신간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부제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질문과 말들’, 더블북)는 이 시를 비롯한 40편의 나태주 시를 인공지능 챗GPT에 읽히고, 그 감상을 대화 형식으로 엮어낸 책이다. 저자는 중학교 영어교사이자 작가인 김예원이다.
김 작가는 나태주의 시를 챗GPT에 입력한 뒤, 시 속 단어와 이미지, 감정의 흐름에 대해 중학생의 시선에서 질문을 던졌다. 챗GPT는 시에 담긴 감정 어휘와 구조적 패턴, 정서의 맥락을 분석해 응답했으며, ‘사랑’이라는 단어가 어떤 이미지와 결합되는지, “괜찮다”는 표현이 어떤 상황에서 위로가 되는지를 짚어주며 감성적인 문장으로 답했다.
‘풀꽃’을 읽은 챗GPT는 “아주 짧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라며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이 풀꽃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이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또 “특별할 것 없는 풀꽃처럼 조용히 피어 있는데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으면 외롭다”면서도 “그럴 때 이 시처럼 조용한 응원의 말이 마음을 토닥인다”고 답했다. 이어 “누군가는 풀꽃처럼 작고 소박한 나만의 예쁨과 사랑스러움을 알아봐줄 수도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며 “마음 깊이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위로”라고 덧붙였다.
책에는 나태주 시 ‘선물 1’도 실렸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라는 구절에 대해, 저자가 ‘오늘’이 왜 가장 큰 선물인지 묻자 챗GPT는 “오늘은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시간”이라며 “새로운 시작과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빈 상자 같아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을 내려놓게 한다”고 설명했다.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선물인 이유에 대해서는 “있는 것만으로 하루를 빛나게 하는 사람”이라며 “그 존재가 나를 다정하게 살아가게 하는 이유”라고 답했다.
김 작가는 “시를 해석하는 방식이 이렇게 감성적이고 따뜻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일렁였다”며, 이번 작업이 “기계가 인간의 감정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 문학 독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나태주 시 AI에게 묻습니다』는 시를 사랑하는 독자에게는 색다른 감상법을, 인공지능과 언어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는 기술과 감성이 만나는 새로운 지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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