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세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HMGMA가 들어서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의 조지아주 진출도 늘었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세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HMGMA가 들어서면서 국내 자동차 부품 회사의 조지아주 진출도 늘었다. ⓒ현대차그룹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북미 시장으로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중국 견제에 따른 관세 리스크 등 복합적인 통상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공급망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완공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가자, 주요 부품사들도 현지 공장 설립에 나서며 북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내장재 전문기업 서연이화는 미국 조지아주 채텀제조센터에 약 7,600만 달러(한화 약 1,000억 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에서는 도어 트림, 헤드라이닝, 테일게이트 트림 등 차량 내장 부품을 생산해 HMGMA에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1차 협력사인 화신도 북미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화신은 지난해 10월부터 조지아주 로렌스 카운티에 전기차 부품 공장을 짓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전기차용 섀시 부품을 생산해 현대차 및 기아의 현지 공장에 공급하게 된다.

미국 외 지역이지만 북미 자유무역협정(USMCA) 적용 대상인 멕시코로 향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HL만도는 멕시코에 약 2,450억 원을 투자해 제2공장을 증설하고, 최근 전기차용 통합전자브레이크(IDB) 생산에 들어갔다.

KBI그룹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KBI동국실업은 202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400억 원을 들여 멕시코 공장의 생산 설비를 확장했다. 이 공장에서는 크래시패드와 헤드램프 등 사출 부품이 생산되며, 기아 멕시코 공장 등에 공급되고 있다.

이외에도 성우하이텍은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있는 기존 공장을 확장해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 부품 생산량을 늘릴 예정이며, 에스엘과 한온시스템도 멕시코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LS전선은 지난해 멕시코 케레타로주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 공장을 착공했으며, 올해 말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을 IRA 등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한 ‘생존형 투자’로 보고 있다. 북미 현지 생산을 통해 고관세 부담을 줄이고, USMCA 체계 안에서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품사들의 해외 이전이 확산될수록 국내 공급망에는 공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 여력이 부족한 중소 부품사들은 대기업 고객사들의 현지 조달 확대에 따라 일감이 줄고, 일부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북미 현지 생산 확대는 협력사의 해외 진출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며 “문제는 자금력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 부품사들로, 정부가 이들을 위한 맞춤형 수출 지원책을 마련해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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