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2+2 재무·통상 장관급 협상'이 미국 측 요청으로 연기되며, 한국 정부의 대미 관세 협상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협상 시한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이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반면, 한국은 일정 연기와 투자 여력의 한계라는 이중 과제에 부딪혔다.
25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예정됐던 한미 2+2 통상 협상은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의 긴급 일정으로 인해 연기됐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재무·산업부 장관 중심의 협상 대신,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양자 무역 협상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한국 측 인사들이 오늘 내 사무실을 방문한다"고 밝혔으며, "한국도 유럽처럼 협상 타결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과의 합의 내용을 접한 한국 측의 반응은 매우 격앙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며 전략적으로 협상을 조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5,5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관세 인하를 끌어냈다. 여기에는 미국산 민간 항공기와 방위산업 장비 대량 구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알래스카 LNG 공급 계약 논의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일본은 자동차 분야에서 자국의 안전기준 대신 미국 기준을 수용하는 등 비관세 장벽도 낮추기로 했다.
한국은 이 같은 일본의 선제적 조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상 일본 수준의 투자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도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의 투자 실적과 향후 계획을 종합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 수출에서 자동차가 핵심 품목인 만큼, 일본이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상황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 자동차의 국내 시장 진입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쌀을 제외한 대두나 옥수수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개방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또한 고정밀 지도 반출, GMO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 카드를 통해 협상력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조선업, 반도체,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과의 산업 협력을 강조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백 교수는 "미국도 자국 내 선박 건조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의 조선 기술은 충분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 교수도 "한국은 제조업 재건을 위한 협력에 적극적인 국가로서 일본과의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대미 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의 만찬 회동도 진행됐다. 이는 통상 리스크 대응을 위한 '원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정의선 회장의 210억 달러 규모 투자 발표에 대해 "어떤 어려움이 있든 나를 찾아오라"며 직접 지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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