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 니체, 고호 1부> 중(PP. 211-213)

박현숙 목사
박현숙 목사

― 「환희의 찬가」(실러) ―

횔덜린이 십육 세가 되던 해에 발표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의 가사로 유명한 실러의 「환희의 찬가(An die Freude)」의 내용은, ‘그리스적 신성’에 도취된 희열과 연합의 이상 안에서, ‘선악’ 간 구분 없이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이 힘차게 노래됩니다. 실러는 ‘이교도적 신성’에 ‘미’와 ‘도덕적 가치’를 입히고, ‘매혹적 자연’과 연결시킵니다.

우리는 정열에 취해 하늘의 성소로 들어가네. 잔악한 세상이 갈라 놓았던 자들을 그대의 마법의 힘은 다시 결합시킨다. 그대의 부드러운 날개가 깃드는 곳,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위대한 동맹을 맺은 누구든 연민에 경의를 표하라! 그것은 별들을 넘어 미지의 왕좌 에 닿는도다. 자연의 가슴에서, 모든 존재는 기쁨을 마신다. 모든 선한 자, 모든 악한 자 환희의 장미꽃 길을 따른다. 환희는 우리에게 키 스와 포도나무와 죽음도 불사할 친구를 주었고(실러, 환희의 찬가).

횔덜린 또한 이십이 세에 쓴 「사랑의 찬가(Hymne an die Liebe)」에서 ‘사제적 시인’의 특성을 ‘환희’로 표현하고, ‘자연’을 ‘성전’ 삼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제직은 기쁨이고, 우리의 성전은 자연입니다.

「환희의 찬가」의 후반부에 가서 실러는, 마치 신탁(神託)을 받고 모든 범죄자에 대한 ‘사면장’을 든 교도소 소장처럼, 심판자인 ‘신의 권위’를 대신 행사하는 도발적인 외침이 호방한 취기인 양, 와인의 흥취를 돋구는 무드를 타고 열광적으로 메아리칩니다. 이 실러의 ‘환희의 술잔’은 횔덜린에게도 역시 ‘자연의 신성;이 건네주는 ‘환희의 술잔’입니다.

우리의 죄의 책은 파괴될 것이다! 온 세상이 화해한다! 형제들이여 - 별이 빛나는 하늘 위에 신은 우리가 심판하듯이 심판하신다. 형제들 이여, 자리에서 일어나라. 백포도주 잔들이 돌아올 때 거품이 하늘로 뿌려지게 하라. 이 잔은 선한 영혼에게. 성스러운 이들은 더 단단히 뭉쳐라, 이 황금빛 와인에 맹세하라: 서원에 충실하기 위해, 별의 심판관에 맹세하라! 폭군의 사슬에서 구출하라, 악당에게도 관대하라, 임종 시에 희망을, 교수대에 자비를! 죽은 자도 살 것이다! 형제들이 여, 마시고 함께하라, 모든 죄인이 용서받을 것이다, 그리고 지옥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작별의 시간도 즐겁게! 수의 속에서도 달콤한 잠! 형제들이여, 부드러운 말 있으리라 죽은 자의 심판자의 입에서도(실러, 환희의 찬가)!

젊음의 친근한 자연, 그 신성이 내게 환희의 술잔을 건네노니(횔덜린, 노이퍼에게).

아이러니하게도, 구약에서 “비틀거리게 하는 큰 잔(사 51:17b)”은 “진노 의 포도주 잔(렘25:15, 49:12; 사51:17, 22; 시75:8; 애4:21; 겔23:31-35; 합2:16)”으로서 실러나 횔덜린 식의 ‘환희의 잔’과는 정반대의 의미입니다. 이 ‘잔’은 우상숭배의 죄로 인해(열하17:7-20)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게 된 이스라엘 백성과 포로 귀환 후 바벨론에게 내려질 징계를 의미합니다. 바벨론의 죄악은, 독한 포도주(불의)로 열방을 취하게 만들어 하나님의 백성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신(여호와 하나님)’을 ‘바벨론의 신’과 바꾸어 영적인 간음을 행하게 한 것입니다(렘51:7).

여호와의 손에서 그의 분노의 잔을 마신 예루살렘이여 깰지어다 깰지어다 일어설지어다 네가 이미 비틀걸음 치게 하는 큰 잔을 마셔 다 비웠도다 보라(사51:17) 내가 비틀걸음 치게 하는 잔 곧 나의 분노의 큰 잔을 네 손에서 거두어서 네가 다시는 마시지 못하게 하고 그러나 너희를 괴롭히고 너희를 땅에 짓밟아 등을 밟고 걸어간 너희 원수들에게 내가 그 잔을 마시게 할 것이다(사51:22-23)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사21:9)

같은 맥락에서 신약의 “진노의 포도주 잔(계14:10, 18:3)”은, ‘사단’으로부터 능력과 권세를 받아 하나님을 비방하고, 신성모독적 망언을 일삼으며, 자신을 하나님의 위치로 격상시키고, 세상을 지배할 만큼 큰 권세로 메시야 처럼 군림하고, 믿음을 지키는 성도를 핍박하는 ‘악의 세력’과(계13:1-10) 또 ‘그리스도’의 신성과 능력을 부인하고, 갖은 술수로 성도와 교회로 하여금 우상을 섬기고 세상과 타협하도록 미혹하는 “적그리스도(Antichrist)”의 세력들과 이를 추종하는 자들 - 정치 경제 세력을 위시해 온갖 종류의 신들과 ‘영적 음행’인 우상숭배, 복술, 주술, 탐욕과 방탕을 따라가는 세속적 사회 문화에 대한 하나님의 ‘최종적 심판’을 의미합니다.

베드로는 로마를 ‘바벨론’으로 불렀습니다(벧전5:13). ‘그리스-로마 신’들과 범신론적 사상이 인간을 하나님의 위치로 격상시키고, 그들의 신들이 우주를 지배하는 권세를 가진 메시야인 양, 온갖 ‘문학예술적 미화’를 통해 숭배되고 찬양되는 것 역시 하나님의 ‘진노의 포도주’ 잔을 마시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바로 ‘바벨론의 영’이 편만한 곳입니다.

또 내가 들으니 하늘로부터 다른 음성이 나서 이르되 내 백성아, 거 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여하지 말고 그가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 그의 죄는 하늘에 사무쳤으며 하나님은 그의 불의한 일을 기억하신 지라(계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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