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해 여성 인권 침해와 테러 조직 방치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유엔총회는 탈레반의 여성 탄압을 규탄하고 테러조직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탈레반 최고지도자에 대해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현지시간으로 7일, 유엔총회는 아프가니스탄 내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점점 심화되는 억압과 국내 테러조직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11쪽에 달하는 이 결의안은 아프간의 인권 위기와 경제 회복, 테러 척결 등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각국 기부국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총 116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러시아, 중국, 인도, 이란 등 12개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을 제안한 독일의 안체 렌데르체 대표는 투표 전 연설에서 "탈레반의 여성 인권 말살 정책은 국제사회의 강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의안은 병들고 굶주린 자녀를 돌보는 아프간 여성, 테러 희생자의 유족, 그리고 집에 갇혀 외출조차 하지 못하는 여성과 소녀들을 국제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미국 대표 조나선 슈리어는 이 결의안이 탈레반의 실책에 오히려 국제사회의 지원과 관심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미국은 지난 수십 년간 아프간 국민을 위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왔다. 이제는 탈레반이 각성할 차례이며, 미국은 이들의 반인도적 행동을 더는 묵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란이 아프간 난민을 불법 처형하거나 자국 민병대로 강제 입대시키고 있다는 이유로, 이란과 파키스탄에 대한 감사 표현이 포함된 데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결의안은 아프간의 치안이 일부 개선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무장세력의 잔존 위협이 여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탈레반 정권에 대해 국내 모든 테러단체를 차별 없이 해산하고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아프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와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특별 조정관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8일에는 ICC가 탈레반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와 아프간 대법원장 압둘 하킴 하카니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ICC는 이들이 여성과 소녀에 대해 성별을 기준으로 체계적인 차별을 가하며, 교육권, 이동권, 표현의 자유, 사생활 보호권, 종교 및 양심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뒤, 여성의 중등교육을 사실상 금지하고, 남성 보호자 없이 외출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해왔다. 이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1차 집권 당시와 유사한 강경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ICC의 발표는 우리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대한 신념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며, "우리는 국제형사재판소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ICC 체포영장은 회원국에 피의자 체포에 협조할 의무를 부여하지만, 이를 강제할 실질적인 수단은 없어 실제 집행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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