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도의 가격』
신간 『1도의 가격』

지난 8일, 서울의 기온이 섭씨 37.1도까지 치솟았다. 이는 기상청이 근대적인 관측을 시작한 이래 7월 상순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한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며, 열대야 현상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온 상승은 기후위기가 단지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위협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출간된 책 『1도의 가격』은 기후변화가 단지 환경 문제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삶과 사회 시스템 전반에 어떻게 깊숙이 침투해 영향을 미치는지를 날카롭게 짚는다. 저자인 박지성 교수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공공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노동경제연구소와 와튼 ESG 이니셔티브 등과의 협업을 통해 쌓은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박 교수는 기후위기를 둘러싼 시각이 여전히 양극단에 놓여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부는 "인류 종말을 논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은 "문명 붕괴에 이를 만큼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같은 논쟁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통해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의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는 '느린 연소(slow burn)'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갑작스럽고 단기적인 충격이 아니라, 서서히 그러나 넓은 범위에 걸쳐 누적되며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이다. 폭염, 홍수,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고, 범죄율을 높이며, 건강 문제까지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교수는 폭염이 장기화될수록 폭행이나 성폭력 등 강력 범죄의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산불은 생태계 훼손은 물론 지역 주민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연기로 인해 호흡기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등 보건 영역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 책은 또한 '기후 불평등'이라는 개념을 부각시킨다. 박 교수는 같은 재난이라도 개인의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대응 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소득층은 취약한 지역에서 벗어나거나, 냉방 장치와 같은 대응 수단을 갖출 수 있지만, 저소득층은 그런 선택지를 갖지 못한 채 재난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는 기후위기가 계층 간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박 교수는 아직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 각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전기차 보급 확대,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기후 관련 법안 통과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기후 대응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하며, 이 같은 변화들이 모이면 충분히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1도의 가격』은 기후위기의 본질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기후가 바뀌는 것이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기반과 사회의 구조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에 기반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박 교수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논리적인 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기후위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로 인식하게 하며, 동시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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