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제당하는 북한 주민을 위해 금식하며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복음통일 컨퍼런스’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 오산리 최자실금식기도원에서 시작됐다. 에스더기도운동이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여는 연합 금식성회는 복음으로 북한 주민을 구원하자는 목표 아래 진행된다.
7월 4일까지 5일간 이어지는 금식 성회는 “분단 80년,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에 7:3)”라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 주민이 당하는 고통에 동참해 하나님이 북한을 복음 통일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분단된 지 80년이 지나도록 거대한 감옥 안에 갇혀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는 북한 주민을 구원해 내자는 절규와 몸부림이기도 하다.
에스더 기도운동 이용희 대표는 “에스더가 위기 가운데 있는 동족의 구원을 위해서 3일을 금식하며 왕에게 나아갔을 때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에 7:3)라는 그의 간절한 소원이 성취되었다”는 말로 이번 연합 금식성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교회와 북한 지하교회, 해외 교포교회, 세계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연합해 기도와 금식으로 하나님께 나아갈 때, 에스더의 기도에 응답하신 것처럼 하나님이 북한 동포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안겨주시고, 복음 통일의 문을 열어주실 것을 확신한다”는 거다.
하나님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하셨다. 오직 인간을 다른 피조물과 다르게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 특별한 존재로 지으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마저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게 오늘 북한 주민의 비참한 현실이다.
북한 주민은 지난 80년간 세습 공산 독재 굴레 속에서 김씨 일가에 대한 신격화와 우상화를 강요당하며 살아왔다. 저들의 삶이란 죽지 못해 하루하루 연명하는 처지가 된 지 오래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마저 빼앗긴 삶이란 우리 안에서 사육당하는 동물과도 다를 바 없다.
북한은 2023년 세계 노예지수 1위에 선정된 데 이어 2025년엔 기독교 박해지수 세계 1위에 선정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최악의 인권유린 국가로 낙인찍혔다. 그렇게 된 데는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릴 정도로 기독교 복음이 왕성하던 평양이 공산 치하 80년 만에 기독교를 멸절하고 ‘김일성 주체사상’이라는 신흥종교가 뿌리내린 게 결정적인 원인일 것이다.
북한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세습 공산 독재 체제의 압제와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봉쇄됐던 조·중 국경이 풀리자 목숨을 건 탈북 행렬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 성 착취, 노동 착취, 폭력적 인권유린 등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생의 절벽에 매달린 이들을 중국 공안이 색출해 강제 북송시킴으로써 다시 고문과 죽음의 땅으로 몰아넣는 반인륜적인 폭압이 반복되고 있는 거다.
북한 당국이 탈북하다 붙잡힌 주민에 대해 무자비한 고문과 처형을 일삼고 있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탈북민뿐 아니라 북한 주민에까지 참혹한 공개 처형이 만연하면서 북한 사회를 온통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지난달 25일 유엔 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가 탈북민들이 경험한 북한 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증언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북한 주민이 공개 처형당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탈북민의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지난 2023년 탈북한 김일혁 씨는 최근 북한 당국이 22세의 청년을 주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총살을 했는데 죄목이 남한 드라마 3편과 K팝 70여 곡을 유포했다는 이유라고 증언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남한 영상물 유포자에게는 사형, 영상물을 시천한 사람에게는 최대 15년 형을 선고하고 있다. 그러니까 김 씨가 북한에서 목격한 현장은 이 법이 실제 처형의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는 엄혹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 주민에게 외부에 소식과 정보를 알리는 역할을 해온 ‘대북 전단지’ 마저도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대북 전단지’ 살포 행위 엄단을 지시하자 경찰이 곧바로 관련 행위 72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대북 전단지’ 살포는 지난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단지살포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전면 금지됐으나 지난 2023년 9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재개됐다. 당시 대법원도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에게 북한 정권의 실상을 알리는 등 북 인권 문제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환기시키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순기능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대북 전단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모습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새 정부의 포석으로 이해되지만, 지난 문 정부처럼 북한 눈치 보기에 급급해 정작 중요한 북한 주민 인권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현실을 생각할 때마다 한숨이 저절로 나오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고 낙담할 때가 아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있어 문이 닫혔다는 것은, 다른 쪽 문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이 닫혀 암담할 때 하나님은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한 문을 열어 놓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고 더욱 기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복음통일 컨퍼런스’는 단 5일간의 금식기도 일정으로 마무리되지만 그것이 북한을 위한 기도가 끝난 건 아니다. 북한 구원을 위한 기도야말로 복음 통일의 날까지 쉼 없이 계속해야 할 우리 모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생지옥에 버려진 저들을 하나님이 하루속히 구원해 달라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할 때 하나님이 응답하시고 반드시 북한 주민을 위한 구원의 문, 닫힌 복음 통일의 문을 활짝 열어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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