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회는 22일 미국의 핵시설을 공습한데 대응해 세계 석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란 정부는
이란 국회는 22일 미국의 핵시설을 공습한데 대응해 세계 석유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결의안 가결이 즉각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뜻하지는 않으며 방어적 차원에서 옵션을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예고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20% 이상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실제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는 물론 한국의 에너지 수급과 수출입 물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이란 의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를 공식 의결했다. 이는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실제 이행 여부는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종 재가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들이 자리한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핵심 해로로, 하루 평균 2100만 배럴의 원유가 통과한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의 20%를 넘는 수준이다. 사태가 고조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6.32달러, 브렌트유는 79.49달러까지 상승했다. 각각 3% 이상 오른 수치이며,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0% 넘게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상황이 악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수입 원유의 약 67%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봉쇄 시 심각한 에너지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정부는 중동 의존도를 낮추려 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시 중동산 원유 비중이 70%에 근접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전반에 압박을 가하며, 물류비용 증가로 인한 경기 회복 지연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수출의 약 3%, 해외 건설 수주의 32.3%를 차지하는 중동 시장과의 경제 협력도 침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되면 금융시장 불안정, 공급망 혼선 등 복합적인 경기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즉각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중동 사태 관련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에너지·금융 등 주요 부문에 대한 점검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모든 관계기관은 24시간 밀착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특이사항에 신속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원유 및 LNG 도입에는 차질이 없으며, 중동 인근을 운항 중인 우리 선박 31척도 안전하게 항해 중이다. 그러나 사태 전개가 불투명한 만큼, 정부는 에너지·금융·수출입·해운 등 각 부문별로 실시간 상황을 감시하고,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컨틴전시 플랜)를 준비해놓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동 정세가 언제든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는 복수의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유가 급등 및 경기 침체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며 회복 기대감을 키워가던 한국 경제에, 중동발 위기가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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