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구기금 조사 결과, 출산을 원하지만 경제적 여건 부족으로 자녀를 갖지 못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한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유엔인구기금 조사 결과, 출산을 원하지만 경제적 여건 부족으로 자녀를 갖지 못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한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뉴시스

자녀를 갖고 싶다는 열망은 여전히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삶에 깊이 자리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들의 바람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경제적 제약 때문에 출산을 포기했거나 그럴 계획이라는 응답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유엔 보고서가 발표됐다.

현지시간 10일, 유엔인구기금(UNFPA)과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유거브(YouGov)는 공동으로 ‘2025 세계 인구 현황(State of World Population 2025)’ 보고서를 내놓고, 출산 가능성과 출산 선택권 사이의 괴리를 조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독일, 이탈리아 등 저출산 국가와 나이지리아, 인도 등 고출산 국가를 포함한 14개국의 성인 남녀 1만 4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인 출산율이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도 응답자의 다수는 두 명 이상의 자녀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이상적인 숫자를 실제로 실현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 출산 가능 연령인 18세에서 49세 사이의 응답자 중 18%는 자신이 원하는 수만큼 자녀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11%는 그보다 더 적은 수의 자녀만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출산 연령을 지난 50세 이상 응답자들의 경우, 그중 31%는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했던 만큼의 자녀를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출산에 대한 의지와 실제 출산 사이의 간극이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출산을 가로막는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는 단연 ‘경제적 어려움’이 꼽혔다. 전 세계 응답자 중 39%가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이유로 재정적 문제를 들었고, 한국에서는 무려 58%의 응답자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출산을 포기했거나 계획을 수정했다고 응답해 조사 대상 14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의 주거비, 육아 비용, 교육비 등의 부담이 개인의 출산 결정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로 꼽히며, 정부 차원에서도 수년간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UNFPA의 나탈리아 카넴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 발표에 부쳐 “문제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이 허락되지 않는 데 있다”며 “출산은 선택 가능성의 문제이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카넴 총장은 이어 “유급 육아휴직 제도, 저렴한 난임·불임 치료 지원, 배우자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 등 국가와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뒷받쳐져야 출산을 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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