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지하철 방화 사건이 시민들에게 깊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을 지나던 열차 내부에서 불이 나면서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지만, 신속한 대응으로 중상자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연상시키는 상황이었지만, 이번에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사건 발생 이후 첫 평일인 2일 오전, 마포역을 찾은 시민들의 일상은 겉보기에 평온했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불안과 경계심이 가득했다. 출근길 지하철을 이용하던 시민들, 역사 내에서 일하는 상인들 모두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호소하며, 당국의 철저한 대비를 촉구했다.
마포역 내부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사건 당시 운행이 중단됐던 지하철 5호선은 정상적으로 운행 중이었고, 역 내 기둥에 붙은 안내문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불이 났다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서울교통공사가 부착한 안내문에는 “31일 8시 47분경 마천행 제5535열차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는 내용과 함께, 승객들이 두고 내린 물품은 여의나루역에 보관돼 있다는 공지가 담겼다.
하지만 이 안내문만으로는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인근에 거주하는 조우선(78) 씨는 “지하철을 자주 타는데, 이번 일을 보고 내가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안한 심정을 전했다. 마포역 내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조모 씨도 “뉴스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일하는 공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아직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특히 사람이 많은 지하철 공간에서 벌어진 이 같은 범죄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마포구로 출근 중이던 40대 A씨는 “개인의 분노가 지하철이라는 공공 공간에서 폭발했다는 게 놀랍고 무섭다. 불연 소재가 적용돼서 더 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리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30대 이모 씨는 “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불안하다”며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겠지만, 계속 경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도 대응에 나섰다. 공사는 오는 대선일인 3일까지 관할 전 역사와 열차에 대해 특별 경계 근무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기술 분야 시설물 점검은 주말 동안 모두 완료됐다”며 “2일부터는 본부별 팀장이 직접 현장 점검에 나선다. 시민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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