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재 기대 접는 우크라이나… 미국은 군사적 지원 유지 방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실망과 냉소가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에 거주하는 시민 올레나 보이코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중재에서 손을 뗄 가능성에 대해 "실망스럽지만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외교 노력은 참호나 방공호의 현실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연극 무대였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전쟁을 신속히 종결할 수 있다고 공언해 왔지만, 최근 푸틴과의 통화 이후 태도는 눈에 띄게 변화했다. 그는 기존의 즉각적인 휴전 요구 입장을 철회하고, 이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스스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가 푸틴에게 어떠한 양보도 요구하지 않았고, 러시아 역시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번 통화를 사실상 평화협상 시도의 종말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트럼프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넘기는 대신 불분명한 안보 보장을 제공하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왔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중재에 대한 기대는 현지에서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미국 정부는 기존의 우크라이나 원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방공망 구축을 추가 지원하고 있으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0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키이우에 방공 시스템을 제공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어느 나라도 자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민간과 군, 실망 속 결의 다져

드니프로 지역의 약사 릴리야 잠브롭스카(27)는 "미국과 러시아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하기에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지 않는 점에 실망하면서도, 미국과의 외교 관계는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유무역협정(FTA)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전선에 있는 군인들 역시 트럼프의 태도를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국경 인근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파블로 벨리치코 중위는 "전선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협상 의사를 가장하면서 실제로는 모든 방향에서 공세 작전을 전개하고 있으며, 여름이나 가을에는 대규모 공격을 준비 중이다"고 경고했다.

59여단 소속 드론 조종사 데니스는 "러시아는 종전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오히려 모든 병력과 정보 자산, 예비군까지 총동원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이우 출신 병사 올렉산드르 팔리이(28)는 "외국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있든 없든 전쟁은 언젠가 끝나겠지만, 그날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더 희생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시민 옥사나 파블렌코(50)는 "더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고 살아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국제사회와는 별개로 스스로의 운명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점 흐려지는 평화협상 기대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독립과 생존을 위한 고독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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