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약이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의 원전 수출 사업에도 일시적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지 시간으로 7일, 체코를 방문 중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과 향후 대응 방향을 밝혔다.
이번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Dukovany) 원전 5호기 건설 프로젝트로, 한-체코 간 에너지 협력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체코 법원이 계약 체결을 일시 중단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최종 계약 서명식이 연기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계약이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체코 정부 입장에서도 원전 사업은 에너지 정책상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불필요하게 지연될 경우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체코 당국 역시 상황 해결을 위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계약이 얼마나 지연될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장관은 “며칠일지, 몇 달일지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체코 정부 또한 조속한 절차 진행을 희망하고 있다”며 “법원도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불필요한 지연을 피하려 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안 장관은 경쟁입찰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체코 경쟁당국이 두 차례에 걸쳐 명확한 판단을 내렸고, 지금까지의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됐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이 같은 법원 결정이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체코 당국이 법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과정이라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계약에 제동을 건 주요 주체는 경쟁업체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EDF가 소송을 계속 진행 중인데, 체코 국민들 사이에서 어떤 의혹도 남지 않도록 이번 사안이 깨끗하게 정리되길 희망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과 소명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계약 지연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체코와의 원전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 장관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는 체코 원전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상황을 우리 원전 산업의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향후 다른 국가에 대한 원전 수출에서 유사한 법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도 언급됐다. 안 장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라며, “‘팀코리아’로서의 명확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럽은 법률 체계가 매우 정교한 만큼, 작은 서류 오류 하나가 큰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동, 동남아, 아프리카처럼 장기적으로 50년에서 100년까지 관리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원전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은 마지막으로 “이번 사안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대한민국 원전 산업이 가진 경쟁력을 입증할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팀코리아는 이번 일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세계 원전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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