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전쟁이 다시금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총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중국 정부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84%에서 125%로 인상하며 맞불을 놓았다. 중국은 이번 관세 인상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장기전을 대비하며 전방위적인 외교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중국의 맞대응 관세 인상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11일 발표한 공고를 통해 12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125%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총 관세율을 145%까지 끌어올린 것에 대한 상응 조치로 해석된다. 해당 조치는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전 1시부터 발효됐다.
관세위원회는 "현재의 관세 수준에서는 미국산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며 "만일 미국이 추가로 관세를 인상하더라도 중국은 더 이상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관세 대응 이상의 외교적 전략을 예고하는 의미로도 읽힌다.
◈시진핑, 강경 메시지로 정면 대응
같은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회담하며 관세 전쟁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시 주석은 "관세 전쟁에는 승자가 없으며, 세계와의 대립은 결국 자신을 고립시킬 뿐"이라며 미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어떤 외부 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며, "70년 넘는 세월 동안 자력갱생과 고된 투쟁으로 성장해온 중국은 그 누구의 동정에도 의존하지 않았고, 부당한 억압에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 주석은 "중국과 EU는 모두 세계 경제의 주요 주체이며, 경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확고한 지지자"라고 강조하며, "양측은 국제 무역 환경을 공동으로 수호하고, 일방적인 괴롭힘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체스 총리도 "EU는 일방적 관세 부과에 반대하며, 무역 전쟁에서는 승자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동남아 외교전으로 우군 확보 나서
중국은 EU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들과의 외교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오는 14일부터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순차적으로 국빈 방문할 예정이며,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들 국가는 2018년 트럼프 정부 이후 중국이 추진해온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주요 대상지로, 최근 몇 년 사이 교역 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시 주석은 지난 8일 개최된 중앙주변공작회의에서도 인도차이나 반도와 중앙아시아를 중국 외교의 핵심 축으로 규정하며 지역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EU와의 접촉도 본격화
중국의 외교적 대응은 유럽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상무장관, G20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무역산업부 장관과 화상 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전날에는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대화하며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철회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리창 중국 총리도 지난 8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중국과 유럽이 자유무역 체제를 공동으로 수호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장기전으로 가는 관세 전쟁
이번 관세 인상 조치와 외교적 대응은 단순한 경제적 응수 차원을 넘어, 미중 간 경제 패권을 둘러싼 장기전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트럼프의 관세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내놓으며, 다자 외교와 경제 연대를 통해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중 간의 갈등이 단기적 충돌을 넘어 구조적 경쟁 구도로 전환되는 가운데, 중국이 외교적 우군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미국의 다음 대응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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