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세미나
‘재갈 물린 한국 종교, 자유는 있는가? 정교분리에 대한 한국만의 오해’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상고 기자
정교분리 원칙의 의미와 종교인의 사회 참여 문제를 헌법과 역사적 관점에서 재검토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종교의자유수호위한교회연대(종수연), 법치와자유, 한국교회언론회 등 단체들은 13일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정교분리 바로 알기 기자회견 및 세미나’를 개최했다. 법조계와 교계 인사들이 정교분리 원칙의 헌법적 의미와 종교의 공적 역할을 둘러싼 쟁점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는 1부 기자회견과 2부 학술 세미나로 진행됐으며, 세미나에서는 종교의 정치 참여와 관련된 법적 쟁점과 역사적 사례가 폭넓게 다뤄졌다.

“정교분리 오해가 종교의 공적 발언 위축”

첫 발표에 나선 이호선 교수(국민대)는 ‘정교분리는 이름의 침묵 강요-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의 위헌성과 독일 설교조항의 사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종교의 공적 발언을 금지하는 원칙처럼 오해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교분리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삼거나 종교 활동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지 종교인의 사회적 발언을 금지하는 규범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이 종교단체의 직무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 규정이 종교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제국 시절 존재했던 ‘설교조항(Kanzelparagraph, 형법 제130a조)’ 사례도 소개했다. 당시 독일에서는 성직자가 설교에서 정치적 발언을 할 경우 처벌하는 법이 있었지만, 이후 표현의 자유와 종교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교분리는 종교를 침묵시키기 위한 원칙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종교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라며 “종교인의 공적 발언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해석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헌법 정교분리 규정, 종교 활동 금지 의미 아니다”

정교분리 세미나
세미나 참석자들. (왼쪽 두 번째부터) 김진홍 목사, 박조준 목사, 오정호 목사 ©김상고 기자
이어 전윤성 겸임교수(숭실대)는 ‘정교분리 규정의 개정 방향(안)-대한민국 헌법 정교분리 조문의 성격과 해석 및 왜곡된 한국의 헌법 해석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전 교수는 헌법 제20조의 정교분리 규정이 종교와 국가의 제도적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지 종교인의 정치 참여나 사회적 발언을 금지하는 조항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헌법 해석 과정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지나치게 확대 해석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해석이 종교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정교분리의 핵심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원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중립성”이라며 “종교인의 사회 참여 자체를 금지하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은 헌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헌법 규정의 취지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정교분리 조항에 대한 해석 정립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계·법조계 토론… “정교분리 해석 균형 필요”

발표 이후에는 황도수 교수(건국대), 신우철 교수(중앙대), 신동천 교수(한동대), 김용원 변호사(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심도섭 변호사(예자연 법률위원장), 지영준 변호사(법무법인 저스티스)가 토론자로 참여해 의견을 나눴다.

토론자들은 정교분리 원칙의 헌법적 의미와 종교인의 표현의 자유 문제, 공직선거법 규정의 해석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견해를 제시했다. 특히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종교 중립 원칙 사이의 균형, 종교인의 공적 발언과 정치 참여 문제 등에 대해 헌법적 관점에서 보다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정교분리 원칙이 종교의 공적 역할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영준 변호사는 특히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이 종교단체의 직무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이 규정이 종교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 변호사는 “종교인도 선거권을 가진 국민이며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며 “종교인이 사회 문제나 정치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를 정교분리 위반으로 보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회는 사회 문제에 침묵할 수 없다”

정교분리 세미나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고 기자
세미나에 앞서 김영길 목사(종수연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린 1부 기자회견에는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오정호 목사(예장 합동 증경총회장), 김승규 변호사(전 법무부 장관), 양병희 목사(예장 백석 증경총회장), 박조준 목사(분당 갈보리교회 원로), 심하보 목사(대광기총 대표회장), 손현보 목사(부산 세계로교회)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김진홍 목사는 “정교분리라는 상식적인 문제를 두고 세미나까지 열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한국교회는 지난 100년 동안 사회적 사명을 감당해 왔으며 지금도 국민적 여론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조준 원로목사는 “교회는 정치를 억압할 수 없고 정치도 교회에 간섭할 수 없다”며 “교회는 세상의 악을 보고도 침묵할 수 없으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백성을 깨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사회의 양심”이라고 말했다.

이성구 목사는 정교분리 개념의 번역 문제를 언급하며 “영어 표현은 ‘church and state의 분리’이지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아니”라며 “이는 교회라는 조직과 국가 권력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종교 자유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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