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정재우 목사 ©세인트하우스 평택

드라마 <사랑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묘하게도 ‘웃다가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시작은 다소 막장처럼 보인다. 조부모 세대의 외도와 동반 가출, 그리고 그 여파로 30년 넘게 이어진 두 집안의 앙숙 관계. “설마 저게 아직도 이어진다고?” 싶은데, 드라마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현실이 원래 그렇다는 듯이.

여기에 입양의 비밀과 엇갈린 사랑까지 더해지니, 이야기는 삼겹이 아니라 오겹, 아니 칠겹쯤으로 꼬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숨이 막히기보다 웃음이 난다.

이 드라마의 첫 번째 매력은 바로 이 지점, 비극을 유머로 풀어내는 여유다. 두 번째는 세대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과거의 선택 하나가 어떻게 현재의 감정과 관계를 흔드는지 보여주며, 시청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세 번째는 결국 ‘우리 이야기’라는 친근함이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가족의 사연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이 드라마는 세 가지 질문을 슬며시, 그러나 집요하게 던진다. 첫째, 미움은 정말 유전처럼 대물림되는가. 둘째, 사랑은 운명일까, 아니면 결심일까. 셋째, 이미 틀어진 관계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질문은 무겁지만, 드라마는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가능성을 양손에 하나씩 쥐여준다.

먼저 긍정의 손을 펼쳐보자. 미움은 끊어낼 수 있다. 사랑은 선택할 수 있다.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 이 낙관의 뿌리는 문학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오해와 자존심으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결국 자신의 편견을 인정하고 관계를 새롭게 시작한다. 사랑은 그들에게 ‘운명’이라기보다 ‘깨달음 이후의 선택’이었다. 조금 유머를 보태자면, 사랑은 번개처럼 내려오기보다, 잘못 보낸 문자 하나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는 법이다.

하지만 부정의 손도 가볍지 않다. 미움은 반복된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관계는 끝내 돌아서기도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두 집안의 오래된 증오는 젊은 연인의 사랑조차 품지 못했고,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다. 사랑이 있었음에도, 선택과 용기가 따라주지 못할 때 어떤 결말이 기다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니 드라마 속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은 사실 “우리는 바꿀 수 있을까?”라는 더 깊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세계적인 가족 상담가들의 조언은 꽤 현실적인 처방전처럼 들린다. 머레이 보웬(Murray Bowen 1913.~ 1990 )은 가족의 감정은 전염되지만, 한 사람이 자각하면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누군가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버지니아 사티어(Virginia Satir 1916 ~1988)는 조금 더 따뜻하다. “문제는 침묵에서 자란다”고 하며, 서툴더라도 감정을 말로 꺼내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존 가트맨(John M Gottman 1942~)은 냉정하게 덧붙인다. 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반복되는 선택’이라고. 다시 말해, 사랑은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관리가 필요하다. 어쩌면 정기 점검이 필요한 관계의 엔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의외로 소박하다. 사랑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미움을 내려놓기로 결심하는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그 결심은 생각보다 유머러스할 수도 있다. “그래, 한 번만 더 참아보자”는 마음, “내가 먼저 웃어볼까” 하는 시도, 그 사소한 선택들이 쌓여 관계의 방향을 바꾼다.

그래서 우리는 묻게 된다. 사랑을 처방해 줄 의사는 과연 누구인가.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답일지도 모른다. 처방전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조용히 작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재우 #정재우원장 #세인트하우스평택 #사랑을처방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