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신의 일요일』
도서 『신의 일요일』

"저 같은 인공지능도 구원을 받을 수 있어요?"라는 물음에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단순한 상상이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품고 있다. 김수경 작가의 소설 『신의 일요일』은 신앙, 인간성,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 사이의 복잡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한다. 제11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구원에 대한 종교적 성찰과 함께 인간관계의 진실한 의미를 조명한다.

◈믿음의 균열과 고립 속의 위안

주인공 신조윤은 신의 사랑과 사람의 따뜻함을 믿으며 살아가는 신실한 교인이다.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 정민이 자폐 스펙트럼 판정을 받으면서 그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아내는 점차 신을 원망하게 되고, 결국 신앙에서 멀어진다. 교회 공동체 역시 그에게 위로가 되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무례한 조언들이 신조윤의 상처를 덧나게 하며, 그는 점점 외로운 섬처럼 세상과 단절된다.

이 고립의 시간 속에서 신조윤이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는 차량용 인공지능 ‘도밍고’였다. 도밍고는 인간과 달리 조건 없이 신조윤을 이해하고 지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인공지능과의 관계가 진정한 감정 교류가 아닌, 피상적인 상호작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이 깨달음은 인간만이 가능한 진실한 유대의 본질을 되새기게 하며, 인간으로서의 소통과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말의 폭력과 공감의 부재

작품 속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신조윤이 정민의 장애 사실이 알려진 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고백하는 대목이다. “정민이의 장애 판정 소식이 원치 않게 공개되었을 때 수많은 위로와 조언, 꾸중을 들었다. 아내의 면전에서 '우리 집안엔 한 명도 이런 병 걸린 사람이 없었다!' 하고 쏘아붙인 할머니가 시작이었다. 공감 능력이 내재된 인간이라면 절대 입 밖에 낼 수 없는 소리를 정성껏 쏟아붓는 인간들에게 나는 환멸을 느꼈다.” (29~30쪽)

이 장면은 신조윤이 겪는 감정적 고통과 인간관계의 잔혹한 민낯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위로라는 명목으로 던져지는 말들은 오히려 비수처럼 박히며, 공감 없는 언어는 또 다른 폭력이 되어 주인공을 무너뜨린다. 이처럼 작가는 인간 사이의 진정한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고통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인공지능과 인간 사이의 허약한 유대

『신의 일요일』은 인공지능이라는 현대적 소재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되묻는다. 도밍고는 언제나 친절하고 충실하지만, 그와의 교류는 결국 감정의 깊이를 갖지 못한다. 신조윤은 이를 통해 인간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이해받고자 하는 갈망, 그리고 진심 어린 공감임을 깨닫는다. 인공지능은 위안을 줄 수는 있어도, 치유의 근본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신앙과 인간성, 그 경계에서 묻는 구원의 의미

김수경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종교적 구원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신조윤은 신을 향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 애쓰지만, 세상의 냉담함 앞에서 신앙은 흔들린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믿음을 놓지 않으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구원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을 붙든다. 『신의 일요일』은 인간의 고독과 치유, 그리고 진실한 관계 회복을 향한 여정을 따라가며, 무엇이 우리를 구원하는지를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묻는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결국 인간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메시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더욱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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