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성숙 공정 부문에서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을 펼치며 글로벌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첨단 공정에서는 TSMC에 밀려 있는 가운데, 성숙 공정 매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질 경우 수익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3위인 중국 SMIC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27% 증가한 80억 달러(약 11조 8000억 원)를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45.4% 감소한 4억 9300만 달러(약 7300억 원)에 그쳤다.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순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중국 파운드리 업계 2위인 화홍반도체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79.2% 감소한 5800만 달러(약 853억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3% 줄었지만, 순이익 하락 폭은 훨씬 컸다. 이는 성숙 공정에 집중한 중국 기업들이 가격을 대폭 낮춰 고객을 유치하려 한 결과로 풀이된다.
성숙 공정은 보통 28나노미터 이상의 범용 공정으로, 기술 장벽이 비교적 낮아 중국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분야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성숙 공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업체들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이러한 가격 인하 압박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성숙 공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첨단 공정에서는 이미 TSMC가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어 실적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 이 가운데 중국의 저가 전략이 계속될 경우, 삼성전자가 확보한 중소형 고객사들마저 중국 업체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파운드리 부문에서 약 2조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1분기에도 유사한 수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성숙 공정 수익성이 더 악화되면 삼성전자의 재무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최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4위인 대만 UMC와 5위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 간 합병 가능성이 제기됐다. 합병이 현실화되면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하는 양사의 결합 시너지가 확대되며, 삼성전자의 입지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삼성전자는 고객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레거시(성숙) 공정은 고객 맞춤형 대응을 강화하고, 가동률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며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당분간 파운드리 부문에서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중국과 차별화된 고객 맞춤형 전략이 제대로 작동해야 시장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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