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북지역에서 시작된 산불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초대형 산불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강풍을 타고 계속 인근 지역으로 번지는 상황이어서 확산 기세를 차단하는 게 급선무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처음 시작된 작은 산불이 이렇게 엄청난 기세로 번지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묘객의 작은 실수로 발화한 불이 온 국토를 집어삼키는 화마(火魔)로 돌변하게 된 것이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된 산불이 이토록 삽시간에 광범위한 지역으로 확산된 건 초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성묘객의 실화를 소방당국이 바로 껐더라면 경북 의성에서 안동, 영양, 영덕, 동해안 일대로 확산되고 급기야 경남 울산과 산청, 하동에 이어 지리산국립공원 인근까지 번지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안이한 대처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을 만든 거다.

이번 산불은 계속된 강풍과 건조한 날씨라는 자연재해와 성묘객의 안전 수칙 위반이 결합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자연재해는 어쩌지 못한다 하더라도 산에 가는데 라이터를 소지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일만 하지 않았어도 이 사달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립공원 등에서 이뤄지는 철저한 단속이 일반 야산에선 통하지 않는 허점이 이런 재난을 키운 측면이 있다. 개인 화기 소지에 대한 안전 주의 계몽과 함께 위반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 이번 산불이 누군가에 의해 집단적으로 저질러진 방화가 아닌가 하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부 지역의 산불의 화염이 보랏빛을 띠고 있어 칼륨 등을 사용한 방화가 의심된다는 주장이 SNS에서 퍼지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뿌연 연기로 인해 빨간 화염이 다른 색으로 보이는 현상이라며 음모론을 일축하고 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이런 의구심이 더는 사회를 혼란 시키지 못하도록 당국이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초대형 산불을 진화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의성지역에서 산불 진화에 나섰던 헬기가 추락하여 조종사 한 명이 희생되는 일이 있었다. 이번 산불로 사망자 5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20명이나 나왔고 이재민도 6천명을 넘었다. 재산상의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화재 피해 면적이 약 1만5000㏊에 이르고 주택과 공장, 사찰 등 건물 160곳 이상이 완전히 소실됐다.

산불이 지역의 교회들까지 삼켰다. 경북 안동 지역에 소재한 임하교회는 산불이 마을로 옮겨붙으면서 교회 건물이 전소됐다. 또 신덕교회는 사택이 반파되는 피해를 입었고 금곡교회는 교육관이 전소됐다. 교회 교인들의 주택과 창고, 과수원, 농기계 등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경북 의성에 소재한 하화교회도 이번 산불로 전소됐다. 이 교회는 1904년에 설립된 지역의 모 교회로 지난 2007년에 100주년 기념비까지 세웠는데 화마를 피하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산불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한국교회는 교단과 연합기관 차원에서 긴급 담화문을 발표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한편 정부에 조속한 진화와 피해 대책을 요청했다.

교단적으로 가장 먼저 특별담화를 발표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김종혁 총회장은 “이번 산불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순직한 진화대원과 공무원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며, 유가족 여러분께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함께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며 “피해를 입은 모든 이재민 여러분이 하루속히 일상을 회복하시기를 마음 모아 기원한다”고 전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도 목회서신을 통해 “지난 2023년 강릉산불 이후 2년 만에 다시 일어난 영남지역의 대형 산불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과 간절함을 담아 긍휼의 하나님께서 더 이상의 재난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막아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27일 오전 발표한 긴급 담화문에서 “이번 산불로 안타깝게 희생된 모든 분들과 그 유가족에게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위로를 빌며, 집과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모든 이들이 조속히 아픔을 털고 일어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밝혔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한국교회는 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모든 피해자들께 하나님의 위로와 평화, 그리고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산불로 피해를 본 이재민을 위한 현장 지원에 나서려고 하고 있으나 아직은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못해 현장 접근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봉사단 등은 안전상의 이유로 화재가 완전히 진화된 뒤에 해당 지역 교회연합회 등과 연계해 피해복구와 지원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탄핵 정국이 수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초대형 산불이 도처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탄핵으로 야기된 행정 공백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힘을 모아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여 더 이상의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을 막아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와 종교계도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하고 피해 지원과 복구에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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