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13일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위한 3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이는 사흘 전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30조 원에서 5조 원 증액된 규모로, 민주당은 "협의 과정에서 유연하게 임하겠다"며 정부와 여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추경안에 대해 '원점 회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이 대표가 철회를 언급했던 '전 국민 25만 원 지원금'이 포함된 점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허영 민생경제회복단 단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정국 불안 속에서 환율 인상, 소비 위축, 주가 하락, 수입물가 상승 등 경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신속한 추경 편성을 강조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총 규모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조정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민주당이 줄곧 주장해온 전 국민 대상 25만 원 지급 정책이다. 이는 당초 이재명 대표가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던 정책이지만, 이번 추경안에 다시 포함되면서 정책 방향성이 오락가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도 특정 계층에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최종적으로 지역화폐로 13조 원을 전액 지급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민주당의 추경안 주요 내용은
민주당이 제안한 35조 원 규모의 추경안은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민생 회복에는 24조 원, 경제 성장에는 11조 원이 배정됐다.
민생 회복 부문에서는 소비 진작을 위한 정책과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농어업 지원이 포함됐다. 특히 소비 진작 정책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13조 원) ▲상생소비 캐시백(2조 4,000억 원) ▲지역화폐 할인 지원(2조 원) ▲8대 분야 소비바우처(5,000억 원)가 제시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1인당 2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며, 기초수급자·차상위·한부모가족 약 361만 명에게 추가로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경제 성장 부문에서는 AI·반도체 지원 및 연구개발(R&D) 확대에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됐다. 민주당은 "AI·반도체 투자 확대와 기초·응용 R&D 예산 증액, 석유·화학·철강 산업의 고부가가치 R&D 투자를 위해 5조 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지방재정 보강(지방채 인수) 2조 6,000억 원 ▲고교 및 5세 무상교육 1조 2,000억 원 ▲공공주택·사회간접자본(SOC) 투자 1조 1,000억 원 ▲기후위기 대응 1조 원 ▲RE100 대응 8,000억 원 ▲일자리·창업 지원 5,000억 원이 포함됐다.
◈민주당 내부 모순과 여당 비판
문제는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민생 지원금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면 포기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이번 추경안에 해당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민주당이 정책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최근 민주당이 '우클릭'을 시도하며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려 했으나, 지지율이 큰 변화가 없자 다시 '좌클릭'으로 돌아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과 정부는 민주당의 이번 추경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경 편성은 헌법상 정부 권한인데, 민주당이 마치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국민 세금으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국민 지원금 철회 의사를 밝혔던 이재명 대표가 지지율 정체를 의식해 다시 선심성 지원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니냐"며 민주당의 정책 일관성 문제를 부각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추경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협의할 것이며, 필요하면 일부 조정할 수 있다"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전 국민 지원금 정책이 다시 포함되면서 여야 간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신속한 논의를 통해 추경 편성을 진행해야 한다"며 압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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