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테러가 일어난 후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현지 영상 캡처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테러가 일어난 후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현지 영상 캡처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 테러가 발생하기 2주 이상 전에 미 정부가 러시아 당국자들에게 테러가 벌어진 크로쿠스 공연장이 표적이 될 수 있음을 꼭 짚어서 경고했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P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테러 가능성이 있는 곳을 지목한 것은 이슬람국가(IS)가 테러 공격을 준비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며 미국의 경고가 일반적인 것이었다는 러시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WP는 또 미국이 크로쿠스 공연장에서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목했는데도 러시아 당국이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20년 사이 최악의 테러에 대해 이슬람국가-호라산이라는 조직이 공개적으로 자신들 소행임을 밝혔고 미 당국자들도 이 단체를 공개 지목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전가하려 시도하고 있다.

푸틴은 테러 발생 3일 전에 미국의 경고가 “명백한 협박”이라면서 “우리 사회를 겁주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난했었다.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FSB) 국장도 2일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너무 일반적이어서 우리는 이번 일을 저지른 사람들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고에 따라 러시아가 “적절한 예방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 동영상에 따르면 범인들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다. 러시아 매체들은 특수 경찰부대가 테러 발생 1시간 뒤까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으며 도착한 뒤에도 30분이 지나 테러범들이 모두 도주한 뒤에야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외국에 대한 테러 공격 정보를 제공하면서 구체적 장소까지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미 당국자들이 밝힌다. 정보 소스를 노출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러시아에 구체적 정보를 제공한 것은 러시아 거주 미국인들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7일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이 “모스크바에서 극단주의자들이 조만간 콘서트 등 대규모 모임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 시민들에게 “48시간 동안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고 공개 권고했다.

미 정부가 대사관 발표 하루 전 이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했다고 미 당국자들이 밝혔으며 나리시킨 국장은 “미 정보기관들이” FSB에 정보를 줬다고 밝혔다.

크로쿠스 공연장 테러 가능성 경고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당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는 징후가 있다. 당시 경고에는 유대교 회당에 대한 공격 가능성까지 포함돼 있었다. 러시아가 정보를 받은 다음날 FSB가 모스크바 유대교 회당에 대한 IS의 공격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크로쿠스 공연장에서 일하던 이슬람 카릴로프(15)는 크로쿠스 직원들이 미 대사관의 경고가 있은 날 며칠 뒤 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해 들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 보안 당국이 미국의 정보가 부정확하다고 판단해 현장의 보안을 강화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푸틴은 지난달 19일 보안책임자들과 회의에서 테러 경고에 대해 “서방 공식 기관들이라는 것들의 행태”라면서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길게 말하지 않겠다”고 조롱했었다.

푸틴은 FSB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임무라고 강조했었다.

러시아는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한 뒤에도 이들이 우크라이나로 도주하려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고용한 사람들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배격했다.

미국은 과거에도 러시아에 테러 가능성 정보를 제공한 적이 있으며 러시아가 이에 대해 감사를 표시한 적도 있다. 푸틴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7년과 2019년 미국이 정보를 제공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한 테러 공격을 막는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시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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