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으로 귀환한 안나(12세, 가명)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년간 일일 평균 4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에서 이 같은 귀환이 인도주의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으로 귀환한 안나(12세, 가명)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분쟁이 발생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 이후 집을 떠나 피난을 갔던 아동 중 약 63만 명이 생계와 건강, 안전의 위협이 도사리는 집으로 돌아갔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지난 2년간 일일 평균 4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크라이나에서 이 같은 귀환이 인도주의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최근 우려를 표명했다.

2022년 2월 24일 분쟁이 격화된 이래로 우크라이나에서 대략 1,500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빠른 이주 위기가 펼쳐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과 공동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분쟁 이후 민간인 사망자 수는 아동 사망자 587명을 포함해 10,500명에 달한다. 이 중 87%인 9,241명은 폭발 무기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 이 외에도 약 2만 명이 폭격, 지뢰, 드론 공격으로 다쳤으며, 팔, 다리를 잃거나 시각 장애를 입는 등 일생에 영향을 주는 피해를 봤다.

현재까지 630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국외로 피난했으며 우크라이나 내에서 피난한 인구는 370만 명으로 추산된다.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공습과 폭발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아동 110만 명을 포함한 450만 명 가량이 귀환을 선택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에 의하면 아동 63만 명 이상이 빈곤과 위험이 도사리는 상황으로 돌아갔으며, 36만 명은 드니프로, 하르키우, 미콜라이우, 오데사, 수미 등 분쟁의 영향을 받는 접전 지역으로 돌아갔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우크라이나 국내외로 피신했다가 고국으로 귀환한 아동의 대부분이 더 큰 빈곤과 고통에 직면했음을 발견했다. 이 수치는 REACH 이니셔티브와 국제이주기구(IOM)가 발표한 최신 인도주의 수요 자료를 토대로 한다. 분석에 따르면 귀환한 아동은 분쟁으로 인해 주거지와 인프라가 파손된 지역으로 돌아가야 하며, 신체 및 정신적 건강에 위협이 될만한 생활 수준의 저하를 경험할 확률이 일반적인 우크라이나인에 비해 62%나 높았다.

우크라이나 내에 거주하는 피난민의 67%는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분쟁으로 지역사회가 파괴되고 생계 수단이 무너진 탓에 불가능하다. 피난민들은 새로운 지역사회에서 거주지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피난민의 58%에 달하는 여성 인구는 남성에 비해 실업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 인도적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우크라이나 전역의 빈곤 수준 역시 2022년 기준 5%에서 24%로 급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아동 300만 명을 포함해 1,460만 명이 절박한 인도적지원을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 헤르손에 살던 마리나(39세, 가명) 씨는 2022년 9월 가족들과 함께 미콜라이우 인근 지역으로 피난을 떠났다. 다시 돌아온 헤르손의 집은 창문이 모두 부서져 있었고 마리나 씨의 남편은 지뢰 매설 때문에 생계를 잃었다. 마리나 씨는 “고향에 돌아왔지만 지역 대부분에 지뢰가 매설돼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여름에는 남편이 기계를 고치는 일을 찾아 시급을 받을 수 있었지만, 겨울이 된 지금은 일이 없고 봄이 오더라도 농지의 지뢰를 제거하지 않는 한 일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 헤르손에 돌아온 마리나 씨의 딸 안나(12세, 가명)는 “피난할 때 머물렀던 집이 훨씬 낫고 깨끗했는데 보시다시피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집이 훨씬 편안하다. 고양이랑 강아지도 있다. 떠나 있는 동안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무척 보고 싶었다” 고 했다. 아동 중 대다수는 분쟁으로 학교가 문을 닫은 지역으로 귀환한다. 정기적인 폭격으로 밖에서 노는 것이 위험해 안나도 온라인 수업에만 참여하고 있다. 안나는 이어서 “온라인 수업이 아닌 학교에 가고 싶다. 선생님이랑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제 친구들은 먼 곳에 살고 있어서 얘기하고 싶으면 할 수는 있지만 직접 보고 말하고 싶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사무소장 소니아 쿠쉬는 “우크라이나 아동은 2년간의 폭력과 파괴를 견뎌왔다. 많은 가족이 안전한 곳을 찾아 집을 떠나도록 강요 받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자 귀환을 택하고 있다. 그들에게 집과 같은 곳은 없으므로 자신이 속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며 “전면전이 3년 차에 접어들며 세이브더칠드런의 대응은 전쟁의 피해를 본 지역사회의 재건과 회복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가족들이 삶을 정상 궤도로 되돌려 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놀고, 웃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분쟁 2년을 맞아 보고서 ‘분쟁 속 희망: 우크라이나 분쟁 2년 (Hope Amidst War)’을 발간하고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폴란드, 루마니아, 리투아니아 등 인접 국가에서의 인도적 지원 활동의 결과와 아동 사례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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