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더니 이제는 환율까지 요동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더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해 수출이 위축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러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고물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0달러 돌파한 국제유가… "150달러까지 갈 수 있어"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5.19달러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62.3%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선물)와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각각 58.4%, 58.8% 오른 123.21달러, 119.4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와 WTI는 장중 130달러를 넘기면서 2008년 7월 기록한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SWIFT) 제재 대상에 에너지 거래가 새로 포함되면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러시아산 원유·석유제품 거래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상열 에경연 미래전략연구팀장은 "에너지 수출입 부문에 스위프트 제재 부과 또는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 중단 상황 발생 시 일시적으로 최대 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주요 광물가격 동향' 자료를 보면 3월 첫째 주 기준 광물종합지수(2016년 1월=1000)는 3747.74로 전주보다 13.3% 상승했다.

이는 최근 3년간 평균 수입 규모 상위 15개 광종을 산업적 중요도와 수입액에 따라 가중치를 둬 수치화한 지수다.

특히, 유연탄(연료탄) 가격이 t당 359.80달러로 50.7% 상승했다. 이외에 철광석(6.0%), 우라늄(12.9%), 구리(2.5%), 아연(6.7%), 니켈(7.9%)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광해광업공단은 "서방의 대(對) 러시아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석탄 등의 대외 수출 차질 우려 속에 3월 1주차 국제유가가 전주 대비 배럴당 26.3% 오르면서 상승 압력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물가 4%대 상승 위협… "달러 강세 흐름 지속될 것"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는 3.7% 오르면서 최근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2.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달부터 뛰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에경연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물가는 약 0.1%포인트(p) 상승한다. 또한 전체 산업 생산비를 0.67%p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최근 환율이 뛰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이날 오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30원대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에 영향을 받고 있던 2020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 된 이후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환율 흐름은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원화가 약세일수록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유의 가격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압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가능성을 반영해 온 만큼 향후 3개월 원·달러 환율은 추가 레벨 상승보다는 되돌림을 예상하지만, 연간으로는 달러 강세 전망을 유지한다"며 "에너지 가격 부담은 결국 글로벌 중앙은행 통화정책 정상화 의지로 연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상황 악화… 스태그플레이션 사실상 진행 중"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이어진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 흐름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이지만, 지정학적 위험 요인 확산 정도에 따라 세계 교역 규모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이런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따른 경제 제재로 인해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흔들리면 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경기 침체 속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사실상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전부터 글로벌 공급망 교란, 에너지 시장에서의 가격 상승 등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다"며 "추가로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였고,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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