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다음달 중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정점을 찍은 후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아직 의료대응에 여력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확진자가 쏟아지는 유행이 장기화되면 적절한 의료대응이 어려워져 의료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유행이 한 달 가량 만에 정점을 찍고 급감한 영국, 미국과 달리 유행이 3개월 가량 지속되다 이달 말이나 내달 중 하루 신규 확진자 수 20만 명 이상에서 정점을 찍고 서서히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우리나라는 미국·영국과 비슷한 지난해 12월1일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2개월이 훨씬 지난 현재도 정점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을 통한)자연면역을 얻은 인구가 영국은 20% 가량인 반면 우리나라는 3% 정도로 적어 3~4주 이내 정점을 찍은 후 영국과 미국처럼 급격히 내려가기보다 서서히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구 대비 감염자 수가 20% 정도에 달하는 미국이나 영국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지 한달째부터 급격히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감염자 비중이 훨씬 낮기 때문에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우리나라는 과거에 다른 나라처럼 대유행을 경험해보지 않아 유행의 규모와 길이가 더 길어질 수 있다"면서 "3월 한 달 간 우리나라는 유행의 정점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3월 초나 중순께 20만 명 수준에서 정점에 달한 뒤 한동안 유지되다 인구의 절반 정도가 감염돼야 정점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유행이 길어지면 의료대응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이미 의료 현장에선 잇따르는 의료진 감염으로 검사나 수술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선 유행이 정점으로 치닫고, 한동안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의료체계가 흔들려 의료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8일 오후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지금 중증 환자 규모가 작아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데, 종합병원급에선 하루 확진자가 10~20여명, 병상 1000개가 넘는 대학병원급에선 하루 50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면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환자 자체가 늘어나 의료직, 직원들이 감염되면서 업무가 흔들리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특히 요양원, 요양병원들이 거의 초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요양병원에 확진자가 늘어 직원들이 감염 돼 격리되면서 병동이나 외래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면서 "실제로 수술팀에 확진자가 나와 수술이 취소되고 비코로나 환자가 수술이나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 유행이 정점으로 치닫게 되면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직원들이 감염으로 격리돼 이탈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대학병원들도 버티기 어려워진다"면서 "정부는 감염된 의료진의 경우 3일 간 격리한 후 다시 진료를 하도록 했는데, 3일 이후에도 바이러스가 계속 나올 수 있어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난달 병원 내 격리자 폭증에 따른 의료마비에 대비하기 위해 각 의료기관에 내려보낸 '업무연속성계획(BCP)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확진된 의료진이 다시 근무하기까지 최소 격리 기간은 3일이다.

정 교수는 "지금 유행 수준이면 앞으로 상급종합병원 셋 중 하나는 BCP 가동이 필요한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본다"며 "응급실이나 수술방은 특정 의료인력이 감염으로 격리돼 없으면 다른 생명을 잃을 수도 있어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 수, 병상가동률 등 의료대응에 여력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조만간 의료체계가 증가하는 위중증 환자 수를 감당하지 못해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델타보다 전파력이 높고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감안해도 연일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 이상 쏟아지면 위중증 환자 수도 2주 가량 시차를 두고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3일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유전자증폭(PCR)검사에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 중심으로 바뀌면서 PCR 검사량이 줄어 실제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고려하면 의료대응이 한계가 다다르는 시점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검사 결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지만 PCR검사에 비해 민감도(감염된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가 떨어져 확진자 검출율이 떨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확진자 중 고령층 등이 중증으로 악화돼 사망률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치명률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70만 명 가량인 재택치료자도 내달 초 100만 명 이상 발생할 수 있어 치료 중 상태가 악화돼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잇따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19일 408명으로, 지난 1월24일 이후 26일 만에 400명대를 넘어섰다. 같은날 전국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도 31%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도 71명으로, 지난달 19일 이후 한 달 만에 70명대로 늘어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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