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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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돈이 풀려도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해 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돈을 쓰기 보다는 보유하려는 성향이 높이진 데다, 기업들도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회사채 발행, 대출 등을 늘린 반면 투자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에 돈이 얼마나 잘 순환되는지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2월 14.42배까지 떨어졌다. 지난 1월 14.44배에서 더 내려갔다. 이는 2001년 12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통화승수는 광의통화량(M2)을 본원통화량으로 나눈 값으로 중앙은행이 화폐 1원을 공급했을 때 시중 통화량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반면 M2는 2월 3274조4000억원으로 전달보다 41조8000억 원 늘었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통화량을 뜻하는 M2가 역대 최대 수준이 됐지만 이 돈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흘러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역대 최저를 찍었다.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현금을 사용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통한 신용창출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6배 수준을 유지해 오던 통화승수는 2009년 중반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14.88배로 처음으로 15배 밑으로 떨어진 후 올해 2월까지 9개월 연속 15배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1924조5000억)을 M2으로 나눈 값인 통화유통속도도 2월 사상 최저치인 0.59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전체 지폐의 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인 '환수율'도 40%였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환수율은 100.7%, 95.4%로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 정진우 차장은 "5만원권 발행과 저금리 기조로 소비자들이 현금 보유 성향이 커지면서 생기는 기조적인 현상"이라며 "실물경제 대비 금융자산이 더 빠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국들도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과 증시로 돈이 많이 흘러 들어간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의 경우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자금을 많이 받고 있고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돈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쏠리게 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불러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돈을 풀어도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 등 자산시장으로만 가고 실물경제로 가지 못하고 있다"며 "돈이 회전이 안되고 자산시장에 묶여 버리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등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와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지 않고 있고,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고는 하지만 회복세가 아주 강하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 입장에서 투자를 안 한다는 뜻인데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어 기업들이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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