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11일 중국 현지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개최 직전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이전 회담 형식에 비해 훨씬 '약식'으로 이뤄진 탓에 회담 성사 자체에만 신경을 써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APEC 업무오찬이 끝난 직후와 제2세션 일정 사이에 20여분간 이뤄졌다. 수전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선 채로 수행한 가운데 두 정상만 마주앉는 형식으로 회담은 간소하게 이뤄졌다. 통상적인 회담시 배치되는 양국 국기마저도 등장하지 않았다.

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은 더욱 힘들었다. 당초 이날 열릴 것으로 알려져있던 회담은 당일 오전까지도 개최 여부가 확정되지 않다가 양국 간 협의 끝에 힘겹게 성사됐다. 이 때문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회담 시간은 개최 직전까지도 정해지지 않은 채 APEC 업무오찬 직후와 제2세션 이후를 놓고 사전 협의를 거듭했다.

이 때문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정상회담으로 보기 어려운 환담 수준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심지어는 이를 정상회담이라고 하면 전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눈 것도 정상회담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하기도 했다.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상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채 난항만 거듭한 외교당국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미·중 간의 민감한 상황 등을 고려해 무리해서 정상회담을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이를 감안한 듯 회담을 추진한 쪽에서는 회담의 의미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듯한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

주 수석은 이날 회담 뒤 브리핑에서 짧은 회담시간과 간소한 형식 등을 의식한 듯 APEC 정상회의 기간인 이틀에 걸쳐 양 정상이 세 차례 만남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양 정상이 회담 전후로 함께 걸었다는 점도 거론했다. 전날 갈라만찬 뒤 폭죽관람장에서 나란히 관람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주 수석은 "양 정상이 충분히 3번 이상 만났기 때문에 엄청난 대화를 했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이후 APEC 정상회의 본회의장까지 약 150m를 함께 도보로 가면서 추가협의를 하고 충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대신에 회담 배석자를 묻는 질문에는 다소 말끝을 흐리다 3명의 수행자를 언급한 뒤 "의자에 앉진 않았으니 수행했다고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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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