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최초의 여성 지도자인 잉락 친나왓(47) 태국 총리가 태국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됐다. 이 때문에 선거와 반정부 시위로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야권이 헌법기관을 이용해 총리를 축출하려 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 태국 헌재, 총리 해임 판결-

태국 헌법재판소는 7일 잉락 총리가 타윈 플리안스리 전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경질한 것에 대해 권력남용에 해당한다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와 함께 현 태국 내각의 각료 대부분에 대해서도 잉락 총리와 함께 사퇴할 것을 명령했다.

타윈 전 NSC 위원장은 태국 야권 인사로 헌재는 타윈 전 위원장이 전보보치르 받자 권력 남용혐의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 인사 조치에 대해 헌재는 잉락이 자신의 가족 이익을 위한 '숨겨진 의도'에 따라 이뤄졌다고 판결을 내렸다.

- 잉락을 정치로 이끈 오빠 탁신 -

탁신 전 총리는 1980년대 이동통신·컴퓨터 사업을 하는 친나왓그룹을 세워 막대한 부를 쌓은 뒤 정치에 입문해 2001년 낙후 지역 개발과 저소득층 복지 등 친서민 정책으로 총리로 선출됐다. 2005년 재선에도 성공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임기 동안 추진해 온 저소득층 중심 정책으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한 덕분이다. 하지만 친나왓그룹 주식을 팔아 19억 달러의 차익을 남기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등 각종 비리에 연루돼 국민의 공분을 샀다.

결국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도피했고 2008년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고 귀국조차 못하고 있다. 하지만 탁신의 영향력은 여전해 2007년 국민의힘(PPP)당을 앞세워 총선에서 승리했고, 2011년 총선에서도 여동생 잉락 친나왓을 내세워 500석 중 265석을 획득해 푸어타이당의 압승을 이끌어 냈다. 당시 잉락 총리는 정치입문 2개월차의 신인이었다.

- 무난했던 잉락 총리의 2년 -

오빠의 영향력으로 총리에 올라 집권 기간 내내 탁신 전 총리의 대리인, 꼭두각시 논란에 휘말렸지만 자신의 소신에 따라 정치한다고 주장하며 정국을 이끌어왔다.

탁신 전 총리 일가의 근거지인 치앙마이 출신이면서 대학에서 정치 및 행정학을 전공하고 미국에 유학파인 잉락이지만 총리 취임전 몇개월의 정치 경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탁신 전 총리가 이끌던 회사의 계열사와 부동산개발회사 사장을 지낸게 전부였다. 하지만 카리스마가 강한 오빠와 달리 온화한 성품과 미인대회 출신다운 단정한 외모로 각계각층으로부처 고른 지지와 호감을 받아왔다.

정책적으로도 많은 위기를 넘겨왔다. 잉락 총리는 취임 후 약 2년 반 동안 시위와 정쟁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태국의 정국을 무난히 이끌었다. 특히 취임 첫해에는 50년만의 최대 홍수로 위기를 겪었지만 이듬해 6% 이상의 경제 성장을 달성함으로써 홍수 피해를 비교적 빠른 기간에 극복했다. 지난해 초에는 전국적으로 실시한 1일 300바트(약 1만 원) 최저임금제, 고가의 쌀 수매 등을 실시했다.

이중 쌀 수매 정책은 수조 원에 달하는 재정손실을 가져오면서도 농민 반발 때문에 수매가를 인하하지 못해 표를 의식한 대중 영합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탁신 전 총리의 사면과 귀국으로 이어질 뻔했던 포괄적 정치사면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지만, 2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퇴진했다.

- 잉락 퇴진 이후는? -

이번 판결로 잉락 총리는 총리직을 바로 상실했다. 여당인 푸어타이당의 지지자들(레드셔츠)은 헌재가 반정부 시위대(옐로셔츠)의 활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11월 이후 혼란에 빠진 정국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친정부 세력인 '레드셔츠' 시위대는 이미 7일 수도 방콕에서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레드셔츠는 2010년에도 방콕 중심가에서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이며 군경과 충돌해 90여명이 숨지고 1,700여명이 부상한 바 있다.

제1야당이자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민주당은 2000년 이후 총선에서 승리한 적이 한번도 없다. 이와 달리 집권 여당인 푸어타이당은 같은 기간동안 모든 총선에서 승리했다. 제1야당 민주당은 방콕 중산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나,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 등 저소득층이 푸어타이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제1야당이면서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민주당과 기득권세력들이 선거와 반정부 시위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고 판단, 사법부를 총리 압박의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태국 헌법재판소는 기득권 계층 출신인 반(反) 탁신 성향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2006년 군부 쿠데타 이후 친(親) 탁신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권한이 대폭 강화됐다. 때문에 지난 4월, 타윌 NSC 전 의장을 잉랏 총리가 전보시켰을 때 야권이 헌법재판소에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자, 사법체계의 힘을 이용해 총리를 축출하려 한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선거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태국의 민주당 등 반 친나왓의 기득권 세력은 어떻게든 정부 구성을 방해, 헌법 위기를 불러온 뒤 헌법에 모호하게 정의되어 있는 조항들을 들어 선거로 뽑히지 않는 총리를 앉히기 위해 애쓴다는 지적이 태국 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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