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고 있는 이규혁 선수   ©뉴시스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전설이자 기독인 이규혁(36·서울시청) 선수가 현역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이규혁은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1분10초04라는 기록을 냈다.

소치대회가 6번째 올림픽인 이규혁은 이날 1000m 경기에서 40명의 선수 중 2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출전 종목인 500m·1000m를 모두 마쳤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치른 후 은퇴를 고민하다가 현역 연장의 길을 택한 이규혁은 소치올림픽을 마치고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규혁은 "국가대표와 소속팀 등 선수 생활에서 모두 은퇴할 계획이다. 방금 치른 1000m가 마지막 레이스였다"며 "자신도 없고 더 좋은 몸을 만들 수도 없을 것 같다. 오전에 샤워하면서 복근과도 작별했다. 이제는 이런 생활도 끝이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기분을 묻자 "여러 가지 감정이 섞였다"고 웃었다.

그는 "홀가분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 것 같다"며 "재밌게 했고 아쉬움도 있다. (성적이 안 나온 것이) 당연한 것 같기도 했다"고 밝혔다.

소치올림픽에서 "온 힘을 쏟아붓겠다"고 했던 이규혁이었다. 그는 "초반에 승부를 보고 막판에 버티는 것이 나의 장점이다. 체력이 부족하지만 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했다.

이규혁은 초반 200m를 16초25로 통과했다. 10조까지 레이스가 진행되는 동안 이규혁의 초반 200m 기록을 넘어선 선수는 없었다.

그의 600m까지 기록은 41초76이었다. 이 역시 10조까지 레이스를 치른 선수들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이규혁이 600m를 통과할 때 즈음 경기장에는 "이규혁은 4차례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른 선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600m를 통과한 후 이규혁의 속도는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규혁은 이를 악물었지만, 세월의 무게 앞에 역부족이었다.

그는 "레이스를 하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첫 200m가 좋아서 순간 '올림픽이 나에게 오나'라는 생각도 했는데 점점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속도가 느려졌다"고 웃었다.

레이스 중 어떤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올림픽이 핑계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다.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4차례, 종목별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 정상에 오른 이규혁은 결국 6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하고도 단 한 개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올림픽 메달이 없어서 계속 (경기에)출전한다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스케이트 선수가 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올림픽 메달도 중요했지만 스케이트 선수라는 자체가 큰 행복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올림픽은 "이번 대회"라고 답했다.

이규혁은 "소치올림픽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많은 것을 받았고 기억하려고 노력했다"며 "경기력이 좋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인정해 주셔서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1·2등하다가 순위가 떨어지면 사실 국제대회에서 시합하기가 싫어진다. 자신의 수준을 알게 돼 포기하게 된다"며 "최근 경기력이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싶어 해 더욱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을 평가해 달라고 묻자 "결국은 올림픽 메달이 없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메달 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결국은 부족했다"며 "하지만 부족함으로 끝나는 올림픽 때문에 많이 배워서 성숙해진 것 같다. 다른 의미로 긍정적인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계획을 말하며 "얼음 위에는 안 있을 계획이다"며 "누구와 경쟁하기 싫고 무슨 일이든 져주고 싶다"고 했다.

지도자 전향 의사에 대해서는 "코치라기보다는 평창에 도전하는 몇몇 어린선수들하고 같이 훈련하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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