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출 할머니로부터 그림 선물 받는 무라야마   ©뉴시스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의 뜻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의 장본인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90) 전 일본총리가 정의당 초청으로 11일 방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3시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정의당 의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일본과 한국은 오랜 역사적 관계가 있고 공통점도 많다. 지금 앞에 있는 취재진 중에서도 누가 한국인이고 누가 일본인인지 모를 정도"라며 "(양국이)서로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방한 배경과 관련, "테루야 칸도쿠 (사회민주당)의원이 한국 방문을 간곡하게 제안했고 또 내 출신 정당인 (일본)사민당과 정의당이 교류해온 관계가 있었다"며 "테루야 의원이 '양 정당이 공히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함께 헤쳐나가자'고 했다. 그래서 몸담고 있던 정당이다보니 서로 만나서 격려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은 현재 일본 중의원에 1석만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정당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환영사에서 "우리 한국 국민들은 무라야마 전 총리께서 총리 재직시 발표하셨던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서 매우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국가가 행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라야마 전 총리님께서 보여주신 용기와 결단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 이 자리를 빌어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서 총리님과 일본 국민들의 진정한 용기에 존경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다만 최근 아베 내각과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무라야마 담화 등 일본 정부가 견지해온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의 태도를 부인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데 대해 우려가 크다"며 "이런 일들이 일본 내에 대다수 양식 있는 이들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무라야마 총리의 방한 일정을 통해 우리 국민은 한일관계의 새로운 미래와 동아시아 평화에 대한 고견을 듣고 이를 일본 국민과 공유하길 기대한다"며 "이번 방한이 꽉 막힌 한일관계를 푸는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 일정에는 테루야 칸토쿠 사회민주당 의원과 무소속 아베 토모코 의원, 무라야마 전 총리의 딸인 나카하라 유리, 토미나가 다케시 일본 오사카 지방노동위원회 노동위원 등이 동행했다.

간담회 후 무라야마 전 총리는 국회의원회관 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작품 전시회장을 직접 찾았다.

이 자리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인 박옥선씨, 이옥선씨, 강일출씨와 만나 "나보다 젊어 보인다. 건강하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91세인 박옥선씨는 무라야마 전 총리와 나이가 같다는 사실을 알리며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덕씨의 작품인 '못다 핀 꽃'을 선물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일본은 (우리에게)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무라야마 전 총리는 답을 하지 않았다.

또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의당 초청 환영만찬에 참석해 "아베 총리는 1차 내각이 구성됐을 때 무라야마 담화 계승한다고 말했고 제2차 아베 내각이 성립한 이래로는 뭔가 잡음이 섞여 들어오는 느낌이 있지만 국회에서는 계승한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담화가 발표됐다고 다가 아니다"라며 "하나의 담화로 모든 게 회복되는 것은 아니라 담화를 계승하기로 약속했다면 일상관계 속에서 실천을 거듭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또 "잘못을 두번 다시 일으키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관계 안에서 실천하면서 더욱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특히 "무라야마 전 총리는 오늘 역대 일본 총리들 중에는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을 만났다"며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 작품 전시회를 보면서 나에게 '참 할 말이 없다'고 무라야마 전 총리가 말했다"고 전했다.

심 원내대표는 이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너무 짧은 만남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무라야마 전 총리가 찾아와 따뜻하게 손을 잡아준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이에 대해 "20년이 지난 지금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을 무시하고 이를 사문화하려는 거센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역사의 진실을 묻어버리고 또 한번의 도발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며 "이제 무라야마 담화는 다시 조명되고 그 정신은 다시 부활돼야 하며 일본 국민 전체의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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