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잇따라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투자 흐름과 메모리 수요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당장 수요 감소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지연이 장기화하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과 전력 확보 문제, 수익성에 대한 의문 등이 겹치며 AI 인프라 투자를 둘러싼 회의론이 다시 부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규제 정보 기업 레그레이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최소 47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철회·중단됐다. 미국에서 계획된 사업 가운데 최소 2600억 달러, 약 345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전력과 물 부족,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사업 추진의 변수로 작용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영국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엔스케일과의 임차 계약을 철회했으며, 전력망 연결 지연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빅테크 투자 지연, HBM·서버용 D램 수요 변수

AI 기업의 이익 증가가 지속될 수 있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익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AI 인프라 구축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시장의 성장 여력이 크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빅테크에 HBM과 DDR5 등 AI 서버용 메모리를 공급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늦춰지거나 축소되면 신규 주문과 메모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AI 투자 우려가 불거진 뒤 양사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업계는 앞으로 빅테크의 투자 계획과 실제 수요를 살피며 생산량과 공장 투자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는 현재까지 메모리 수요가 줄어드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양사가 올해 장기공급계약(LTA)을 확대해 공급 물량을 확보한 점도 단기적인 변동에 대응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단기 수요 유지에도 중장기 불확실성 남아

데이터센터 건설과 메모리 공급계약이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현재 확보한 물량만으로 중장기 업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왔다. 투자 둔화가 현실화하고 장기화할 경우 향후 계약과 수요에 미칠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다음 주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 주목하고 있다. 양사가 AI 인프라 투자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고, 생산·투자 계획에 어떤 대응 방향을 제시할지가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데이터센터 건설 차질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AI 서비스가 얼마나 빠르게 수익을 창출하는지에 따라 빅테크들의 투자 여력과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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