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나다
도서 「돋아나다」

2019년 데뷔한 일본 작가 다카세 준코의 소설 『돋아나다』가 문학동네에서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 작품은 탈모 전염병으로 모든 성인이 대머리가 된 사회를 배경으로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비교, 평등의 문제를 다룬다. “전부 다 대머리가 돼버렸으면 좋겠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탈모가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번지는 과정을 그린다.

성인들의 머리카락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외출을 꺼리고 재택근무를 요구했으며, 미용·패션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머리카락이 남아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 탈모 전염병 이후, 혼란에 빠진 사회

주인공 마치카는 어린 시절부터 적은 머리숱 때문에 열등감을 안고 살아왔다. 그래서 모두가 대머리가 된 세상은 그에게 혼란이 아니라 해방처럼 느껴진다. 더 이상 외모로 비교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은 외형의 차이가 사라졌다고 해서 평등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 우월감과 열등감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 같은 모습이 된 사회, 그러나 사라지지 않은 비교

마치카는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작품은 모두가 대머리가 된 뒤에도 사람들은 또 다른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하며, 비교와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문제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와 인식에 있다는 것이 소설의 핵심이다.

◈ 마치카에게 다시 돋아난 머리카락

후반부에서 마치카에게 검은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모두가 대머리인 사회에서 이는 새로운 차이가 되고, 그에게 또 다른 불안을 안긴다.

마치카는 “평등. 그래요, 평등. 평등하지 않으면 안 되지”라고 되뇐다. 『돋아나다』는 기이한 설정을 통해 외모와 평등, 인간관계의 문제를 탐구하며, 비교 의식과 상처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인간 사회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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