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장관은 최근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상담센터를 방문해 현장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상담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응대율을 높이기 위해 상담 인력을 대폭 늘리고 상담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최근 상담 요청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실제 전화 연결 비율은 낮아지고 있어,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상담 인력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200명으로 확대하고 야간 상담 연계, 긴급 대응, 상담원 처우 개선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담 인력 확충과 상담사 처우 개선, 민간 자원 연계, 인공지능(AI) 상담 업무 지원 등을 포함한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통화 연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신속히 보완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상담 인력은 103명이다. 복지부는 이를 7월 110명, 9월 145명, 10월 200명까지 순차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채용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97명을 추가 충원하기로 했으며, 지난 28일 채용 공고를 냈다. 신규 채용 인력은 절차를 거쳐 2~3개월의 교육을 받은 뒤 10월까지 현장에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현재 상담 요청 규모를 고려할 때 모든 전화에 응대하기 위해서는 상담 인력 200명 수준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인력 증원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즉각적인 응대 공백을 줄이기 위해 민간 상담 자원과의 연계도 병행하기로 했다.

◈ 상담 요청 급증 속 응대율 하락… 109 통합 이후 인입량 46% 증가

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에는 지난해 35만2914건의 상담 전화가 접수됐다. 2023년 21만9650건, 2024년 32만2116건이었던 상담 전화는 2024년 109 번호로 통합된 이후 인입량이 46% 증가했다. 위기 상황에서 109 번호를 찾는 국민이 늘어난 만큼, 현장 상담 인력의 부담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 요청 증가와 달리 응대율은 하락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응대율은 2024년 56.9%였으나 2025년에는 47.3%로 낮아졌다. 올해 1분기에는 하루 평균 1118건의 상담 요청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하루 최대 응대량인 580건의 92% 수준인 532건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하루 평균 약 600건은 상담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응대하지 못한 전화 가운데 긴급한 위기 대응이 필요한 사례가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단순한 인력 증원을 넘어 상담 대기 상황을 별도로 관리하는 체계도 마련하기로 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는 위기 상황에 놓인 국민이 도움을 요청하는 창구라는 점에서 통화 연결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상담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동시에 보강해 응대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생명의전화와 야간 상담 연계… 신속응대담당팀도 운영

복지부는 우선 6월부터 사회복지법인 생명의전화와 협력 체계를 가동한다. 생명의전화는 한강 다리 위의 ‘SOS 생명의전화’ 등을 운영해 온 민간 상담 기관이다. 복지부는 야간에 운영되는 생명의전화와 연계해 현재 야간 시간대에 50% 이상 몰리는 상담 수요를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야간 시간에 109 번호로 통화 대기가 길어질 경우, 이용자가 생명의전화 상담 연결을 선택하면 생명의전화 상담원에게 연결된다. 상담 인력 증원이 완료되기 전까지 민간 상담 자원을 활용해 야간 응대 공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7월부터는 신속응대담당팀도 새롭게 운영된다. 이 팀은 상담 대기 중인 내담자가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응대하지 못한 전화 가운데 긴급 위기 대응이 필요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 대기 중인 전화 응대를 전담하도록 했다.

대기 중인 내담자가 위급한 상황으로 판단되면 센터 내 사례관리사가 공동 대응하고, 경찰에 신속히 알려 현장 출동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자살예방상담 과정에서 확인되는 생명 위기 사례에 대해 상담 인력이 구조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경찰 등 긴급구조기관과 연결되는 전용 채널도 마련하기로 했다.

◈ 상담원 처우 개선과 정서 소진 방지 지원 추진

복지부는 상담 인력 확충과 함께 상담원 처우 개선도 병행한다. 극단적 위기 상황에 응대하는 상담 업무의 특성상 상담원들이 정서적 부담과 소진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상담 인입 증가에 따른 업무 부담, 고위험군 상담 과정에서의 정신적 소진, 교대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등이 주요 어려움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복지부는 상담 인력 수당 체계를 개편하고, 역량 강화 교육과 정서 소진 방지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성과급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현재 평균 3년 미만인 짧은 근속 기간 문제를 완화하고, 상담 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한국의학연구소는 상담 인력 역량 강화와 소진 방지를 위해 1억 원을 지정 기부했다. 복지부는 이 기부금을 활용해 하반기부터 상담원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은경 장관도 지난 29일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상담센터를 찾아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상담원들은 업무 부담 증가와 고위험 상담으로 인한 정신적 소진, 교대 근무 피로, 장기 근속을 유도할 처우 개선 필요성 등을 건의했다. 복지부는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상담 인력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수당 체계 개선 방안을 신속히 적용할 계획이다.

◈ AI 상담 지원 솔루션 11월 도입… 상담일지 작성 시간 단축 기대

복지부는 상담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해당 솔루션은 11월부터 현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AI 상담 지원 시스템을 통해 상담 후 약 20분이 걸리던 상담일지 작성 시간을 5분 수준으로 줄이고, 상담 통계 기록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고 상담 등 지역 사례 관리 체계와 연계가 필요한 사례도 AI를 활용해 보다 체계적으로 분류할 계획이다. 과거 상담 이력을 분석해 필요한 지원 유형을 선별하고, 실제 지역 자원 연결까지 효율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상담 인력 증원, 민간 기관 연계, 신속응대담당팀 운영, 상담원 처우 개선, AI 상담 지원 체계 도입을 통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의 응대율을 끌어올리고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화 연결이 지연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담 대기 단계부터 위기 여부를 살피는 체계를 보강하기로 했다.

정 장관은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는 절박한 국민의 마지막 구조 요청을 가장 먼저 받는 생명 안전망”이라며 “이번 개편을 통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단 한 통의 전화도 놓치지 않는 상담 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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