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물가 안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인터뷰에서 최근 인플레이션 흐름이 예상과 달리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에너지 가격 충격 본격화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으나 최근 반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미국의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동 정세 불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란이 보복 조치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주요 해상로가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전쟁 이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최고 110달러 이상까지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빠르게 이어졌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3.3%를 기록하며 약 2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제기구들도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IMF는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2.5%에서 3.2%로 올렸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8%에서 4.2%로 크게 높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의 2차 파급… 미국 경제 전반 확산 가능성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미국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조셉 가뇽 선임 연구원은 “연말에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물가 상승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되더라도 완전히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은 주로 연료 가격이 주도하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전쟁 이전 갤런당 2.98달러에서 최근 4달러를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는 ‘2차 효과’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 관계자들은 이러한 전이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기업들이 이를 가격에 반영하면서 물가 상승이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디젤 가격 상승은 물류와 농업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전쟁 이후 디젤 가격은 갤런당 3.76달러에서 5.59달러까지 상승하며 과거 에너지 위기 수준에 근접했다.
◈소비자 부담 확대… 생활비 상승 압박 심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 체감 물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며 경제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기대치는 4.8%로 집계돼 한 달 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항공유 가격 상승으로 항공권 가격이 인상됐고, 질소 비료 가격도 약 30% 상승하면서 식료품 가격 상승 압박이 확대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 역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산업으로 점차 전이되면서 향후 몇 달간 근원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책 부담 증가… 저소득층 타격 우려
인플레이션 지속은 계층 간 부담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비용은 절대 금액 기준으로는 고소득층이 더 많이 지출하지만, 소득 대비 비중은 저소득층이 더 높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도 생활비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매업 종사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은퇴자들까지 생계를 위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러한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은 물가 억제를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백악관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시적 요인으로 보고 있으며, 규제 완화와 에너지 정책을 통해 장기적인 안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 흐름이 예상보다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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