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쿠팡을 둘러싼 논란이 미국 투자사들의 공식 문제 제기와 함께 한미 통상·외교 현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쿠팡의 미국 주요 투자사들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상대로 차별적 조치를 취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조사를 요청했고, 동시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를 예고하면서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쿠팡 문제가 양국 간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 투자사,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 청원

미국 현지 시간으로 22일 정치·경제 전문 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쿠팡의 주요 주주인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행위를 무역법 301조에 따라 조사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무역법 301조는 해외 시장에서 미국 기업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USTR은 청원서를 접수한 이후 45일 이내에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규제와 행정 조치가 미국 기업인 쿠팡에 불리하게 적용됐다고 주장하며, 해당 조치가 미국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미 통상 관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ISDS 중재의향서 발송…국제중재 가능성 부각

이와 함께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담은 ISDS 중재의향서를 발송했다. ISDS 중재의향서는 국제중재 재판을 제기하기 전 상대 국가에 분쟁 의사를 공식적으로 통보하는 절차로, 의향서 제출 후 90일이 지나면 정식 중재 제기가 가능하다. 이는 한국 정부가 관련 조치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국제중재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경고성 조치로 해석된다.

한국 법무부는 중재의향서 제출 사실을 확인하며, 관련 법률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USTR이 실제로 조사에 착수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잠재적 통상 보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통상 갈등에서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

USTR 조사가 개시될 경우 통상 문제를 넘어 외교 관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미 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관세 등 실질적 보복 조치 가능성뿐 아니라 외교적 긴장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ISDS 중재가 정식으로 제기될 경우, 수년간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배상 규모가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액시오스는 미국의 벤처 투자자들이 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사안이 한미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사 주장과 손실 규모

보도에 따르면 그린옥스는 11억 달러 이상의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조치로 수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알티미터 역시 약 2억1천만 달러 규모의 쿠팡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투자사를 대리하는 미국 법무법인 코빙턴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홍식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을 상대로 발송한 ISDS 중재의향서를 공개했다.

투자자들은 해당 문서에서 한국 당국이 수년간 쿠팡에 대해 선택적인 법 집행을 해왔으며, 지난해 발생한 소규모 데이터 유출 사건 이후 이러한 조치가 더욱 강화됐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여러 정부 기관이 동원돼 반복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상업 계약이 차단됐으며, 회사의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의 제재가 공개적으로 언급됐다는 주장도 담겼다.

◈정치적 발언과 규제 압박 논란

투자사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 김민석 국무총리의 최근 발언 역시 쿠팡을 겨냥한 압박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양극화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에서 벗어나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김 총리가 지난달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언급한 ‘마피아 소탕’ 발언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은 이를 규제 당국의 강경 대응을 주문한 발언이자 쿠팡을 직접 겨냥한 신호로 해석했다.

◈주가 하락과 시장 영향 주장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USTR에 제출한 청원서에서 한국 정부의 조치로 쿠팡의 시가총액이 수십억 달러 감소했으며, 연기금을 포함한 미국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6개월 동안 쿠팡 주가가 34.24% 하락해 52주 최저가 수준인 19.02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다고 인베스팅닷컴은 전했다.

청원서에는 한국 당국이 김범석 쿠팡 의장을 포함한 여러 미국 국적의 쿠팡 임원을 형사 고발하기 위해 한국으로 소환하려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미국 기업을 희생시키는 대신 한국 시장에서 국내 및 중국 경쟁업체에 이익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쿠팡을 둘러싼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규제 논란을 넘어 한미 통상 질서와 투자 보호 체계 전반을 시험하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USTR의 조사 개시 여부와 한국 정부의 대응 수위에 따라 이번 논란이 본격적인 통상 분쟁과 외교 현안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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