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차 산모에게 불법 임신중절 수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과 집도의가 첫 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8일 병원장 윤모(80)씨와 집도의 심모(61)씨, 산모 권모(26)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윤씨와 심씨의 변호인은 이 자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반면 산모 권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다. 권씨 측은 “낙태 목적으로 수술을 의뢰해 태아가 사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살인을 공모하지 않았다”며 “태아가 어떻게 사망했는지는 알지 못했고, 설령 사망이 발생했더라도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병원에 환자를 소개하고 알선한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2명은 모두 의료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수 피고인이 혐의를 시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오는 11월 13일 예정된 두 번째 공판을 마지막으로 재판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와 심씨는 지난해 6월 임신 34~36주차였던 산모 권씨에게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태아를 출산한 뒤,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는 진료기록부에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허위 기재해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몄으며, 사산증명서도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윤씨가 병원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불법 임신중절 수술을 수익원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입원실 3개와 수술실 1개를 운영하며 불법 임신중절 환자만 입원시켰고, 심씨는 건당 수십만 원을 받고 수술을 집도했다. 이 기간 윤씨는 브로커들을 통해 527명의 환자를 소개받아 총 14억 6000만 원을 취득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6월 권씨가 ‘총 수술비용 900만 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이 영상을 계기로 같은 해 7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같은 해 10월 윤씨와 심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당시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올해 6월 수사 과정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불법 수술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현행법상 임신 24주를 초과한 낙태는 불법이지만,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에서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관련 처벌 규정은 여전히 공백 상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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