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제품’으로 인기를 얻던 중국산 로봇청소기에서 심각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 한국소비자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일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일부 중국산 제품이 부실한 사용자 인증 절차로 인해 가정 내부 사진과 영상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 대상은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스팀’, LG전자 ‘코드제로 로보킹 AI 올인원’, 로보락 ‘S9 맥스V 울트라’, 드리미 ‘X50 울트라’, 에코백스 ‘디봇 X8 프로 옴니’, 나르왈 ‘프레오 Z 울트라’ 등 6개 제품이었다. 이 중 드리미, 에코백스, 나르왈 제품에서 보안 취약점이 확인됐다. 이들 제품은 국내 브랜드보다 30만~40만 원가량 저렴해 80만~90만 원대 가격에 판매되며 ‘가성비’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안전성 측면에서는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 것이다.
소비자원은 “집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카메라 기능이 임의로 활성화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정보가 빠져나가거나 펌웨어 보안 설정이 부실한 경우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과 LG 제품은 보안성이 우수했고, 로보락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준을 보였다.
정부는 즉각 해당 제조사에 보안 취약점 개선을 요구했으며, 업체들은 개선 계획을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점검을 통해 IoT보안인증 제도의 필요성이 다시 확인됐다”며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인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IoT보안인증은 로봇청소기, 스마트 냉장고, 디지털 도어락 등 생활 밀접 제품의 보안 요건 충족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조사·유통사와 간담회를 열어 제품 보안성 강화를 촉구하고, IoT보안인증 획득을 적극 권장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한 비밀번호 설정과 정기적 보안 업데이트 등 생활 속 보안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저가 경쟁을 내세운 일부 중국산 제품들이 기본적인 보안 체계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판매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보안 인식 제고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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