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스테판 페치말지(Stephan Pechdimaldji)의 기고글인 ‘허구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 합의’(A false Armenia-Azerbaijan peace deal)를 9일(현지시각) 게재했다.
스테판 페치말지는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1세대이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거주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가이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지난해 10월, 미국 대선 선거전이 한창일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아제르바이잔의 아르메니아인 박해를 막지 못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카멀라 해리스는 12만 명의 아르메니아 기독교인들이 아르차흐(Artsakh)에서 끔찍하게 박해받고 강제로 추방당할 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카멀라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안전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나는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을 보호하고, 폭력과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노력하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평화를 회복할 것이다.”
트럼프는 이러한 발언을 실제로 실행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합의는 상징성만 있고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무력한 시도에 불과하다. 아제르바이잔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이게 하려는 보여주기식 외교에 가깝다.
우선, 남캅카스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는 ‘책임’ 없이는 불가능하다. 석유 자원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이끄는 아제르바이잔은 인권을 존중하거나 법치를 준수할 의지가 없다. 그는 자국의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수많은 지정학적 거래를 성사시키고, 세계 무대에서 각국 지도자들의 호감을 사왔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은 2023년 9월, 10개월간의 도로 봉쇄로 인해 아르차흐(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 사는 아르메니아인들이 굶주림 끝에 12만 명 이상 강제 추방당하는, 1915년 아르메니아 대학살 이후 최대 규모의 아르메니아인 인구 추방을 막지 못했다.
이 지역을 장악한 이후 아제르바이잔은 평화 의지와는 거리가 먼, 오히려 대립과 폭력을 선호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 정치범과 전쟁포로를 적법 절차 없이 구금하고 있으며, 이러한 형식적 재판과 절차는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의 비판을 받았다. 외부 압력이 가해지자, 알리예프 대통령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추방해 정치범들이 외부 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차단했다.
평화를 논하면서도, 아제르바이잔은 아르차흐의 아르메니아 교회·수도원·하치카르(십자가 석비) 등 수천 년간 보존돼 온 종교·문화 유산을 체계적으로 훼손하는 ‘문화 말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원형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아르메니아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우려는 것이다. 2020년 이후 아제르바이잔군에 의해 훼손되거나 파괴된 아르메니아 종교·문화 유적은 약 400곳에 이른다.
아르메니아는 서기 301년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로, 그 문화는 기독교 신앙과 깊이 맞물려 있다. 이 역사를 훼손하고 파괴하는 것은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와 진정한 평화를 원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아르차흐를 장악한 뒤에도 알리예프는 아르메니아 영토의 상당 부분을 ‘역사적 아제르바이잔’이라 주장하며, 아르메니아를 ‘서(西)아제르바이잔’이라 부르고 있다. 심지어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이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라고까지 발언했다. 일부는 이를 허풍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이러한 말들은 실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모든 증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의 실상을 무시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 아르메니아인들을 보호하고 아제르바이잔의 책임을 묻겠다는 선거 공약을 사실상 뒤집고, 아르메니아인의 생명과 지역 안정보다 아제르바이잔의 천연자원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따라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의 실질적인 평화 협정은 다음 조건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모든 아르메니아 정치범과 전쟁포로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 ▲아제르바이잔의 종교·문화 유산 훼손 중단 및 역사 왜곡 행위 전면 중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명령한 ‘아르메니아인의 안전하고 신속하며 방해받지 않는 아르차흐 귀환’ 이행
평화는 언제나 궁극적인 목표여야 하지만, 책임 없는 평화는 존재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아제르바이잔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아르메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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