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도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정우가 장애인이에요?" 순수한 눈으로 던진 아이의 질문 앞에서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장애인이 아니면 정우가 왜 이럴까 생각했을까? 이 아이 눈에는 정우의 장애가 보이지 않는 건가?' 그 순간 깨달았다. 어린이들에게는 정우가 그저 '정우'일 뿐이었다. 편견도 분리도 없이 바라보는 눈, 그것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통합의 가능성이었다.

이수현 저자는 발달장애를 가진 중학생 연우와 초등학생 정우의 엄마이자 중학교 영어 교사다. 그는 책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를 통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교육의 현실과 가능성을 조명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분리되면서도 차별이 아니라는 사회를 향해, 장애인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임을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과거에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이라고 믿는 전형적인 교사였다. 그러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며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와 학교, 사회와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임을 절감했다. 그 깨달음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의 교육 현장에서 그는 높은 벽과 마주했다. 신학기를 앞두고는 '내 아이가 얼마나 중증인지'를 증명해야 했고, 딸이 생리를 시작한 해에는 여성 지원 인력을 요청했으나, 교육청은 장애 여학생의 신변 처리를 돕기엔 적절하지 않은 사회복무요원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그 길로 교육청을 찾아가 항의했다.

자신의 아이만 빠진 학급 사진, 작품 전시회에서 누락된 아이의 이름, 체험학습이나 발표회에 앞서 반복되는 질문. "참여시키는 게 괜찮을까요?" — 그런 질문을 비장애 아동의 부모는 듣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그런 순간마다 갈등하고 또 결심했다. 자신의 아이만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그는 육아휴직과 간병휴직을 포함해 7년간 교단을 떠났지만, 결국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여전히 학교를 다니는 이상, 교육 현장의 문제는 엄마로서보다 교사로서 더 가까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수현은 교사로서 자신이 할 일은 '수업'이라는 공간을 누구에게나 열리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편을 기준 삼으면 오히려 소수는 배제되기 쉽지만, 가장 특수한 존재부터 배려하면 모두를 위한 수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말한다. "나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바지를 내렸다고 해도 놀랍지 않다. 내 아이의 장애 특성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가 화들짝 놀라 분리만을 택할 때, 그것은 교육이 아닌 차별이다. 장애 학생뿐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비장애 학생에게도 비교육적인 태도라는 사실을, 우리 교육은 성찰해야 한다."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경험이 적은 우리 사회는, 무엇이 차별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이 책은 그 경계에 선 사람의 시선으로 독자에게 묻는다. '정말 함께 살아가는 사회란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그것은 단지 장애인을 위한 고민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질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야. 너와 함께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이 남아서 다행이야. 네가 나의 아이라는 것이 내게 더없는 행복인 것처럼, 내가 너의 엄마라는 사실이 너에게 행복이면 좋겠어." — 그는 오늘도 교실에서, 가정에서, 우리 사회의 교육을 다시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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