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가 북한 대남공작원과 접선해 정보를 제공,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교단 소속 교회 장로의 구속에 반발해 규탄성명을 발표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장 소속 김제영암교회 하연호 장로는 전북민중행동 상임대표로 활동하며 지난 2013∼2019년에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장사·장가계 등지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대남공작원과 수차례 접촉했다. 검찰과 법원은 하 장로가 대남공작원에게 정보를 넘기고 공작금을 수수한 것을 반국가 이적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하 장로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해 법정 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 선고 직후에 기장 측에서 규탄성명이 나왔다. 기장 총회는 지난 1일 발표한 ‘하연호 장로 법정구속에 대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입장문’에서 “하 장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사건에 대해 깊은 충격과 분노를 표한다”며 이를 “개인에 대한 억압을 넘어, 신앙 공동체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기장은 입장문에서 화살을 ‘국가보안법’에 돌렸다. “국가보안법은 한반도 냉전체제를 고착화하고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억압해 온 대표적 악법”이라며 “이 법은 정치적 이견이나 평화적 통일운동을 국가의 위협으로 간주하며, 신앙인의 실천마저 처벌하는 반민주적 법제로 기능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실형을 선고한 이유는 그의 행위에 국가의 존립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위험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하 장로가 대남공작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의 내용과 공작금 수수 정황 등을 제시했다. “양측이 이메일 주소 변경 사실을 보안수칙에 따라 공유하고, 삭제 사실을 서로 알린 정황, 이중 보안 체계를 통해 문서를 주고받은 점 등을 볼 때 은밀한 정보 교환이 이뤄진 것”이란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기장은 지난 1999년 제84회 총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의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법에 저촉돼 교단 소속의 교회 장로가 구속된 것에 불만을 표시하는 건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수년동안 비밀리에 대남공작원과 접촉하며 반국가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두둔하는 건 균형적인 시각으로 보기 어렵다. 교단이 악법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결의했다고 해서 실정법의 효력이 지워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기장은 하 장로를 “‘평화통일’과 ‘민족화해’를 향한 신앙적 소명을 갖고, 오랜 세월 소통과 연대의 길을 걸어온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런 사람을 법정 구속한 재판부를 향해선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폭력으로 규정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기장 측의 이런 시각은 재판부의 관점과 너무나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우선 항소심 재판에서 하 장로가 국가 안보와 헌법 질서를 해칠 목적의 이적 행위가 낱낱이 밝혀진 점이다. 하 장로는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할 당시 그가 누구이고 뭘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그와 이메일 등을 주고받으면서 이중 보안 절차를 사용하는 등 북한의 비밀 지령 문서를 수차례 주고받은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정보를 넘긴 대가로 공작금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이를 반국가단체에 이익을 주려는 목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 장로는 지난 2012년 11월 21일 대남공작원 A에게 김정은 집권 1주년 축전 작성 요청을 받고 ‘강성대국(을) 건설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라고 썼다. 2016년 12월 20일에 대남공작원 A에게 쓴 이메일엔 “지금의 주 구호는 박근혜 정부 정책 폐기(사드·위안부 등)와 내각 총사퇴로 압박하는 게 좋다는 거였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하 장로는 대남공작원이 한국인 명의를 도용해 만든 이메일 계정과 외국계 이메일 등을 활용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른바 인터넷상 비밀 매설지를 뜻하는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를 이용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며 국내 정세와 시민사회단체 동향 정보를 넘긴 거다.

이런 그의 범죄 행위는 지난해 11월 9일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그의 자택·차량·휴대전화 등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이미 전모가 드러났다. 그런데도 기장은 하 장로의 석방과 국가보안법의 즉각적 폐지를 촉구하면서 “이 법으로 인해 고통받은 모든 이들에게 회복과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교계와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재판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연대 행동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하지만 교단 소속 인사가 그동안 음지에서 해온 반국가 범죄에 법적 처벌이 가해진 것을 놓고 ’국가보안법‘ 폐지와 연계하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보안법’이 아니더라도 간첩죄, 또는 이적죄로 처벌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 장로가 ’평화통일’과 ‘민족화해’를 신앙적 소명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각종 대남 정보를 수집해 넘기고 공작금까지 받은 이적 행위가 가려질 순 없다. 교단 또한 소속 인사가 이런 반국가 범죄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면 재판부를 윽박지르기 전에 스스로 경계하는 자세가 우선이다. 이 사건과 결부해 ‘국가보안법’을 무력화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 또한 자유 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노리는 북한 김정은 체제나 크게 반길 일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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