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우 목사
한평우 목사

집에 여러 마리의 개를 키우게 되면 반드시 제일 힘이 센 놈이 지도자가 된다고 한다. 집사님 댁에 진돗개를 키웠는데 새끼들을 낳았는데, 새끼의 덩치가 커지자, 아비도 몰라보고 얼마나 학대하는지 새끼 앞에서 밥도 먹지 못해 바짝 마른 모습이었다.

나머지 개들은 언제나 리더의 눈치를 보는 것이 동물의 세계다. 역시 인간도 동물적 속성이 있기에 한 나라에 두 사람의 리더는 존재할 수 없다. 서로마 황제 콘스탄틴은 동로마 황제 리키니우스(Licinius)에게 행여,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매제로 삼았지만, 그것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결국 두 황제는 324년 패권을 놓고 싸우게 되었다. 그리고 7월, 아드리아풀에서, 그리고 9월 크리스폴리스의 전투에서 콘스탄틴은 리키니우스를 완전히 괴멸시켰다. 그러자 동방 황제는 항복과 더불어 자리를 물러났다. 그러나 당장 처단하지는 않았는데 자기 여동생이자, 리키니우스 황제의 아내인, 콘스탄티아의 눈물 어린 간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죽이지 않고 데살로니카에 감금하여 철저히 감시하던 중, 야만족을 모아 반란을 꾀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교수형을 시켜버렸다. 어쩌면 죽일 구실을 찾았는지 모른다. 이제 로마는 38년 만에 막강한 1인 황제 체제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326년 로마를 방문하였다. 콘스탄티노플을 새로운 수도로 정하고, 현재 수많은 장인이 모여 궁전을 건설하는 중이었다. 전 로마를 통일하였고, 제1인자가 되었으니 거칠 게 없었다. 넘치는 자신감과 더불어 얼마나 당당했을까 싶다. 그런데 운명의 신은 그에게 평안함을 오래도록 누리게 하지 않았다. 로마에 머무는 중, 어느 날 그에게 가슴 철렁한 소문이 바람결에 들려왔다.

그것은 장남, 크리스푸스에 관한 내용이었다. 장남은 조강지처의 아들로 자신이 황제가 되는 과정에서 공이 컸다. 자신의 정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아들은 맨 앞에서 싸웠던 역전의 용사이었다. 그래서 그를 차기 황제 1순위로 정했고 현재 골족 사령관으로 전선으로 보내 황제의 수업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아내 파우스타와 간통을 저질렀다는 천지가 진동할 소문이 돌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소문은 그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사람을 몹시 분노하게 만든다. 야심 차게 로마를 이끌어가려는 콘스탄틴 황제에게 자신의 후계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계모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황실에 대한 모욕이요, 황제를 능멸하는 행위이었다. 사실 계모와 장남 크리스푸스의 나이 차는 없었다.

콘스탄틴 황제는 견딜 수 없는 모욕감과 더불어 폭발적 분노를 터뜨렸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를 악물고서라도 참아내야 하는데 말이다. 그는 당장 야전 사령관으로 있는 크리스푸스에게 자살형을 내렸다. 그래서 차기 황제 1순위이었던 크리스푸스는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정황을 곁에서 바라본 어머니 헬레나 여사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손주 사랑은 할아버지, 할머니다. 오죽했으면, 이삭이 아브라함의 손주이었다면 과연 제물로 드릴 수 있었을 까라는 말이 나올까?. 어미 없는 불쌍한 손주에게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낀 할머니 헬레나 여사는 어릴 때부터 그를 양육했는데 말이다. 더더구나 손주 크리스푸스에게는 어린 아들까지 둔 상황이었는데 말이다. 시어머니 헬레나는 이 사건을 곰곰이 생각할수록 며느리이자 황제의 아내인 파우스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우스타에게는 이미 세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첫째가 아닌 이상 언제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권력의 속성은 피도 눈물도 없고, 혈육이나 형제조차도 돌아보지 않는 지독한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콘스탄틴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 여사의 묘지
콘스탄틴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 여사의 묘지

고로 이런 고약한 소문의 출처는 파우스타라고 직감적으로 체득한 헬레나 여사이었다. 자신의 아들을 황제의 후임이 되게 하려고, 전처의 장남 크리스푸스가 자신을 강간하려고 했다는 고약한 소문으로 그를 제거했다는 의심이었다.

이런 의심이 확신으로 궂어진 어느 날 며느리 파우스타가 목욕탕에 들어간 것을 알아차린 헬레나는 종에게 명령을 내렸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욕장의 온도를 최고로 높이라고 말이다. 어느 안전이라고 그 지엄한 명령을 거절할 수 있을까?

종은 부들부들 떨면서 황제 모친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황제의 부인, 파우스타는 욕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뜨거운 수증기로 사망하고 말았다. 우리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광해군의 세자 영창대군이 여덟 살 때, 그를 작은 골방에 가둔 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아궁이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군불을 때서 죽게 했다.

하루아침에 콘스탄틴은 사랑하는 후계자 크리스푸스를 잃었고,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보내야 했으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엄청난 사건이 지나간 후에, 사람은 본능적으로 되돌아보게 된다. 만약에, 라고 읊조리면서 말이다.

그 치욕스런 소문을 들은 후, 만약에 혀를 깨물고, 진상을 살펴보도록 참고 견디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텐데, 아들을 불러 충분히 소명의 기회를 주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텐데, 사랑하는 신앙의 어머니에게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였더라면 달라졌을 텐데…

또 다른 설도 있는데, 아들이 인기 많은 장군이 되자, 콘스탄틴이 미래의 경쟁재로 여겨 제거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이 내용에 대해 기록 말살형을 내렸기 때문에 유추해볼 수 있는 단서가 전혀 없다. 오로지 돌아다니는 설, 설만 있을 뿐.

이 사건은 콘스탄틴을 평생 힘들게 했고, 로마를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동기가 되었다. 그래서 세례받는 일을 계속하여 미루다가 죽음이 임박해서야 받았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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