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격려해도, 노력해도 안 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 아이는 결국 결과로만 평가되어 ‘노력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습니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이자 임상심리사인 미야구치 코지가 신간 『노력이 재능이라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교육과 상담 현장의 사각지대를 짚었다. 그는 책에서 '노력할 수 없는 아이들'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단순한 게으름으로 치부되는 아동 행동 뒤에 존재하는 인지적 어려움과 심리적 구조를 깊이 있게 파헤친다.
이번 책은 2020년 일본에서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의 연장선상에서 출간되었다. 당시 미야구치는 소년원에서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비행 청소년들이 단순한 수학 문제조차 풀지 못하는 ‘케이크 3등분 실험’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의 실태를 드러낸 바 있다. 그 충격적인 결과는 일본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노력이 재능이라면』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이 아이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한 끝에 탄생했다. 저자는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노력 자체가 불가능한 이들이 동기를 회복하고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조건과 환경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단순히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이들이 ‘노력’이라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을 다룬다.
책은 아동 개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보호자, 교사, 사회복지사 등 이들을 둘러싼 지원자들의 역할 또한 중요하게 다루며, 기존의 ‘노력=보상’이라는 단선적인 공식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소외시키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특히 미야구치는 인지 능력이 낮은 아동의 경우, 미래에 대한 예측력 자체가 부족해 목표를 설정하거나 그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 자체가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노력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며, 이는 곧 ‘의욕 없음’으로 오인된다는 것이다.
“노력하기 위한 동기 부여에는 일정 수준의 예측력이 필요합니다. 인지 능력이 낮으면 이러한 예측력도 떨어져서 목표를 설정하기 어렵고, 결국 노력도 불가능해집니다.” (제3장 ‘노력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위로나 긍정적 메시지로 덮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무책임한 격려는 아이들에게 더 큰 무력감을 안겨줄 수 있으며, 내면의 자존감과 동기를 완전히 꺾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따라서 그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사회가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문제를 느끼지 않아도, 도움을 구하지 않아도 우리는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현실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책은 아이들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사회 안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도전할 수 있는 기회, 실패해도 괜찮은 경험,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이 마련될 때 비로소 아이들은 ‘노력’이라는 단어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예측, 목적, 사명감이 생기고, 이는 결국 자기 삶을 개척하려는 동기로 연결된다.
『노력이 재능이라면』은 결과 중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 ‘그는 과연 노력할 수 있는 기반 위에 서 있는가’를 독자들에게 던진다. 그 물음은 단지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성장의 과정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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