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동생』
도서 『동생』

찬와이(Chan Wai)가 집필한 소설 『동생』이 한국어로 출간됐다. 영화 『첨밀밀』의 각본 기획자로 잘 알려진 찬와이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남매의 깊은 유대와 시대적 혼란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동생』은 2022년 대만에서 출간된 이후, 2023년 대만 금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동생』은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1997년부터, 민주화 운동이 절정에 달한 2019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열두 살 터울의 남매, 누나 탄커이와 동생 탄커러가 있다. 이들은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된 환경 속에서 서로에게 유일한 의지처가 된다. 아버지는 경제 활동에 몰두해 가족에 무관심하고, 어머니는 산후우울증으로 자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런 가정적 공백 속에서 남매는 서로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 간다.

이 소설은 찬와이가 2014년 홍콩의 '우산 혁명' 당시 경험한 감정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거리를 가득 메운 젊은이들이 불꽃처럼 타올랐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흩어졌다"고 말한다. "그날 거리에는 수많은 '동생'이 있었고, 그들을 잊지 못해 이 작품을 쓰게 됐다"며 창작 동기를 설명했다.

작품 속 탄커러는 1997년, 홍콩 반환과 함께 태어난 인물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는 시대의 격랑 속에서 정체성을 찾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누나 탄커이와 충돌한다. 누나는 동생의 안전을 걱정해 시위 참여를 말리지만, 탄커러는 자신의 신념과 열정을 꺾지 않는다. 이처럼 개인적 갈등은 곧 홍콩 사회가 겪은 세대 간 충돌과 가치의 분열을 대변한다.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탄커이는 결국, 진정한 사랑은 통제가 아닌 존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생을 억누르는 대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임을 인식한다. 이 깨달음은 개인의 성장 서사를 넘어, 혼란의 시대 속 인간관계의 진화와 수용을 상징한다.

찬와이는 소설 후반부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우리는 아무개와 아무개 하는 한 사람씩이 아니라 모두 다 함께 전례 없는 충격을 경험했다. 그건 우리가 상상도 못 했던 타격이자 굴욕이자 상처였다. 우리는 운명이 연결된 이름 없는 공동체였다. 우리는 다 같이 남았다가 다 같이 떠났다. 그때부터 누구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다." (170쪽)

『동생』은 단순한 가족 소설을 넘어, 억눌린 청춘의 절규와 정치적 혼란, 그리고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이 작품은 홍콩이라는 도시가 겪어온 격동의 시간을 이해하는 데 큰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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