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6월 10일 발표한 '2025년 6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여전히 회복세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업 부진과 대외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경기 전반에 걸친 부정적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의 부진과 함께,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둔화로 인해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보고서에서 2년 3개월 만에 '경기 둔화'라는 표현을 공식 언급한 데 이어, 이번 보고서에서도 부정적인 경기 인식을 이어갔다.
특히 건설 투자 부진은 내수 회복을 크게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월 건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20.5% 줄며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건축 부문은 주거용과 비주거용 모두에서 감소했으며, 토목 부문 역시 12.6% 줄어 극심한 위축을 드러냈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21.8%) 중심으로 4.9% 증가해 제조업 전체를 견인했지만, 서비스업 생산은 고부가가치 업종 중심으로 둔화돼 전체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전체 산업 생산 증가율은 0.4%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수출 역시 미국 고율 관세의 영향으로 크게 위축됐다. 5월 수출은 전년 대비 1.3% 감소했으며, 대미 수출은 8.1%, 대중국 수출은 8.4%, 대중남미 수출은 11.6% 감소해 전방위적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미국 고율 관세 대상인 자동차 수출은 32.0% 급감했으며,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여건도 악화됐다.
다만 반도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며 ICT 수출은 17.0% 증가했고, 설비투자는 반도체 장비(15.6%)와 운송장비(19.8%) 중심으로 8.4% 늘었다. 하지만 KDI는 이 같은 일부 산업 중심의 개선 흐름만으로는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소비도 회복 흐름이 더딘 상태다. 4월 소매판매는 -0.1% 감소했고, 가전제품(-8.7%), 가구(-9.1%), 의복(-7.9%) 등 주요 품목의 판매가 부진했다. 숙박·음식점업도 2.5% 감소하는 등 서비스 소비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8로 기준선 100을 넘기며 정국 안정화에 따라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실질 소비로 이어지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고용 지표 역시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4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9만4,000명 늘었지만, 대부분은 65세 이상 고령층의 임시근로자 등 정부 일자리 사업에 의존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실질 증가는 4만1,000명에 불과했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에서는 각각 15만 명, 12만4,000명의 취업자가 줄어 고용의 질적 악화가 이어졌다.
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농산물 할인 지원, 국제 유가 하락, 환율 안정 등의 영향으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코스피는 미중 갈등 완화 기대감에 5.5% 상승했지만,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장기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02%로 전월 대비 하락했고, 비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2만6,400호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KDI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경기 회복을 낙관하긴 어렵다"며 "특히 건설과 수출의 동반 부진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에 중대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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