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지금 신중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탄핵 이후의 정치 상황은 무정부 상태는 아니었지만, 무정부 상태와 다를 바 없는 혼란과 불안이 엄습해 있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갈등과 대립, 그리고 양극화의 극단적인 모습은 많은 이들을 지치게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시점은 오히려 대선 이후입니다. 건강한 사회는 늘 형평과 균형을 이루며 발전합니다.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지식인과 평범한 시민, 건강한 이와 장애를 가진 이, 권력자와 평범한 사람, 상인과 소비자—이들은 때로 갈등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함께 살아갑니다. 대선 전의 날카롭고 첨예한 상황도 결국 지나가야 합니다. 대선 이후에는 반드시 사회의 균형을 회복해 나가야 하며, 그 길에 우리 모두의 성숙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다짐할 일이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대선 전에 다시금 마음에 새겨야 할 원칙들입니다.
첫째, 무엇보다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해야 합니다. 선거는 국민의 선택을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투표와 개표 과정에서의 의혹은 사전에 철저히 차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선거관리위원과 감시자들이 엄정하고 책임 있게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든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하는 화합의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선거는 결코 적과의 전쟁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과정이어야 합니다.
둘째,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후보들의 공약은 선심성 전략이 아니라 국민과의 신뢰 계약입니다. 선거가 끝난 뒤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선택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결국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신뢰와 진정성에 있습니다. 그래서 후보자의 인성을 보고, 그다음에 리더십과 시대적 사명감을 봐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 나가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권력이 행사되는 민주주의의 한 형태입니다. 법의 지배, 권력분립, 다원주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그리고 정기적이고 공정한 선거—이 모든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입니다. 우리의 근대사는 산업화를 이루는 동시에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걸었던 역사입니다. 우리가 이 길을 걸어온 이유는 분명합니다.
독일의 사례를 봅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재편되었고, 기본법(Grundgesetz)에 따라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평등권을 보장하며, 의회 중심의 입헌주의와 권력분립을 철저히 지켜왔습니다. 나치즘과 같은 전체주의 사상에 대한 금지 조항을 포함해,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세력에 단호히 맞서왔습니다.
이제 우리도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원칙—선거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기, 국민과의 약속 지키기,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가기—를 지키며, 대한민국의 오랜 숙원인 통일을 향한 비전도 함께 세워야 합니다.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할 뿐만 아니라, 통일된 나라의 미래를 그려야 합니다. 단순히 북한 주민을 동정하는 차원을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공동의 꿈을 품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가 당선자가 되든지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대통합입니다.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하나 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깊은 고민과 성찰 속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는 8·15 해방,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이라는 역사적 순간마다 하나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누구도 서로를 배제하거나 경시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하나였습니다. 그 중심 원동력은 바로 애국심이었습니다. 대선 이후, 다시 잊었던 애국심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대선 이후의 성숙함은 우리의 애국심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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