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신학회(회장 최태영)가 최근 서울 광성교회에서 제9차 연구위원회 연구모임을 가졌다. 이날 ▲최태영 박사(온신학회 회장, 교회신학연구소 소장)가 ‘온신학적 천년왕국론’ ▲임순숙 박사(장신대)가 ‘브루스 그레이슨이 말하는 사후세계’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천년왕국론에 대한 일반적 이해와 신학적 범주
최태영 박사는 “천년왕국에 대한 대표적인 견해로 후천년설, 역사적 전천년설, 세대주의적 전천년설, 무천년설이 존재한다”며 “이 가운데 개혁교회의 주된 견해는 무천년설”이라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설명에 대해 한국의 다수 장로교 성도들은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 한국교회 현실에서 장로교 신자 상당수는 전천년설을 장로교의 공식 교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는 이러한 인식이 형성된 배경으로, 그동안 한국 장로교회의 다수 목회자가 천년왕국에 관한 장로교 전통을 충분히 가르치거나 계승하지 못한 점을 들었다.
◆ 천년왕국론을 보완하는 온신학적 천년왕국론
그는 “한국교회의 종말론, 특히 천년왕국에 관한 이해는 박형룡 박사의 신학적 영향 아래 전천년설이 폭넓게 지지를 받아온 흐름이 있었다”며 “그러나 후천년설과 역사적 전천년설, 세대주의적 전천년설 모두 각 이론이 전제하는 성경 해석과 신학적 구조 안에서 지지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천년왕국에 대한 가장 성경적인 견해로 무천년설을 제시하며, 그중에서도 ‘하늘에서 실현되는 천년왕국설’이 성경 본문에 가장 충실하다”며 “다만, 이 견해 역시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교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온신학회에서는 ‘죽음에서 일어나는 부활’ 교리를 집중적으로 다뤄왔으며, 이를 천년왕국론에 적용할 경우 보다 온전한 교리적 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며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이 바로 ‘온신학적 천년왕국론’”이라고 했다.
최 박사는 “요한계시록 20장 5절에서 ‘이는 첫째 부활이라’라고 말하는 대목 역시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며 “하늘에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천 년 동안 왕 노릇을 하는 존재는 영혼만이 아니라, 첫째 부활을 경험한 성도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온신학적 천년왕국론이 후크마가 제시한 ‘하늘에서 실현되는 천년왕국론’을 계승하되, 그 주체를 ‘죽은 자의 영혼’이 아니라 ‘죽을 때 부활한 사람’으로 이해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신학적 진전을 이룬다”고 했다.
◆ ‘왕 노릇’의 의미에 대한 재해석
그는 “무천년설 또는 하늘에서 실현되는 천년왕국설에 대해 제기되는 대표적인 질문은 ‘왕 노릇을 한다’는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점”이라며 “전천년설은 부활한 성도가 땅에서 죄인들을 다스린다고 주장하는 반면, 무천년설은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하기 때문에 다스림의 대상이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 박사는 요한계시록 기자가 다스림의 대상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의 관심은 다스림의 대상이 아니라, 성도가 왕과 같은 영광스러운 신분으로 변화되었다는 사실 자체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스리는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고 해서 왕 노릇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오히려 부활한 성도들이 땅에서 죄인을 다스린다는 전천년설의 주장이 신학적·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온신학적 천년왕국론의 세 가지 핵심
최 박사는 “온신학적 천년왕국론의 핵심 주장은 첫째, 천년왕국은 지상이 아니라 하늘의 왕국이다. 둘째, 죽은 자의 영혼이 아니라 죽음에서 부활한 사람이 하늘에서 영광스러운 삶을 누린다는 것이며, 셋째로 천 년은 문자적으로 천 년이라는 기간이 아니라 예수님의 초림 때부터 재림 때까지, 곧 교회 시대를 가리킨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온신학적 천년왕국론은 개혁교회가 전통적으로 견지해 온 무천년설의 범주 안에 속하면서도, 기존 무천년설이 지니고 있던 약점을 보완한 교리로 평가된다”며 “특히 죽음 이후의 부활 교리를 포괄함으로써 요한계시록 20장의 본문을 성경적이고 신학적으로 온전하게 해석하고 적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온신학적 천년왕국론이 공교회의 교리로 수용될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고 전했다.
◆ 무신론적 가정에서 성장한 브루스 그레이슨
임순숙 박사는 “2021년에 발간된 브루스 그레이슨의 저서 「에프터 라이프」를 중심으로, 현대 과학과 기독교 신학의 사후세계 논의가 새롭게 조명될 필요가 있다”며 “「에프터 라이프」는 약 1,000여 명에 이르는 임사체험자를 대상으로 40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그레이슨은 버지니아대학교 정신과 명예교수로 재직했으며, 미국정신과학회 석학 회원으로 등록된 인물로서 정통 신경과학자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레이슨은 매우 엄격한 무신론적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그의 학문적 훈련과 연구 역시 전적으로 무신론적 전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며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랜 기간 임사체험 사례를 연구하면서, 죽음 이후에도 의식이 지속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토하게 됐다”고 했다.
임 박사는 “성경에 근거할 때 사후세계의 존재는 분명하다”며 “그러나 무신론적 과학이 지배적인 오늘날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죽음 이후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 사후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성경 속에만 등장하는 오래된 이야기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 일원론으로 이동한 현대 기독교 신학
그는 “많은 기독교 신학이 과학과의 대화 속에서 보다 진보적인 신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통적인 이원론적 성경 세계관에서 벗어나 일원론적 세계관과 인간관을 신학의 토대로 삼아 왔다”며 “이는 기독교 신학이 물질주의적 과학과의 대화 과정에서, 과학이 제시하는 설명을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원론적 전제에서 물러나 일원론적 전제로 이동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학문 간 대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기독교 신학이 자신만의 독자적이고 특수한 이론의 타당성과 설득력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보다, 무신론적 과학을 포함한 타 학문의 내용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 과학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이원론적 세계관을 지지하는 방향의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브루스 그레이슨과 같은 연구자들의 발견이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 현재 기독교 신학, 세계관 재검토 필요
임 박사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지시하는 과학적 발견들이 축적되고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면, 기독교 신학 역시 이를 면밀히 검토할 시점에 이르렀다”며 “현재 기독교 신학이 채택하고 있는 일원론적 세계관이 과연 정당한지, 다시 돌아보고 재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레이슨 교수가 정신이 단순한 뇌의 작동이 아님을 밝혀내려 한 이유는, 사후 의식과 사후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말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책의 제목이 「에프터 라이프」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레이슨의 연구가 책 전반에서 다소 애매모호하거나 한발 물러선 결론을 제시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신론적 배경을 지닌 신경과학자가 사후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신경과학적으로 진지하게 고려하고, 죽음 이후에도 의식이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신학적 가치는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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