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22일 오전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는 전날 청진항에서 벌어진 신형 구축함 진수 실패 사실이 대외에 알려진 직후 이뤄진 무력 시위로, 체제 내부의 동요를 진압하고 기강을 재정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9시께 북한이 동해 방향으로 순항미사일 수 발을 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세부적인 기종이나 사거리 등은 한미 정보당국이 공동으로 정밀 분석 중이다. 군은 이번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대비태세를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하루 전인 21일, 함경북도 청진항에서 있었던 신형 구축함 진수 실패 사건 이후 단행됐다.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진수 사고에 대해 “진수 과정에서 미숙한 지휘와 조작 부주의로 인해 대차 이동이 평행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함미 부분이 먼저 이탈되면서 일부 선저에 파공이 생겼고, 이로 인해 함수가 선대에서 분리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사고의 원인을 ‘순수한 부주의’라고 지적했으며,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내부 문책과 기강 확립의 필요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해당 사고는 선박을 옆으로 밀어 바다에 띄우는 ‘측면 진수’ 방식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이 방식은 선체에 강한 충격을 줄 수 있어 위험성이 큰 진수 기법이다. 우리 군은 보통 도크에 물을 채워 선박을 띄우는 부상진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은 측면 진수 과정에서 실패해 구축함이 현재 수면 위에 넘어져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진수 실패로 인해 체제 내 사기 저하와 동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고자 무력 시위를 감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은 “현 안보상황에서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며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의 대북제재 결의에 직접 저촉되지는 않는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 발사는 대북 제재 사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군은 이를 일반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이번 발사는 진수 실패와 시점상 맞물리며 정치적·전략적 의도가 강하게 읽히는 사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 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쏘아 올린 이후 14일 만이다. 당시에도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무력 시위를 벌인 바 있어,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 역시 내부적 실패 상황을 외부적 강경 행보로 덮으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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