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세상은 그동안 내가 달려온 거리만큼 커져 있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기자 벨라 마키는 에세이 『달리기의 기쁨』에서 달리기를 통해 불안장애를 극복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불안에 사로잡혔던 한 여성이 달리기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자, 러닝이라는 반복된 운동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은 회복의 기록이다.
마키는 유년 시절부터 불안장애를 앓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이혼과 가까운 이의 죽음이라는 상실을 겪으며 더욱 고립되었다. 하지만 절망 끝에서 시작한 달리기가 그의 삶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달리는 동안 "다리는 무겁고 숨은 가쁘지만, 불안은 사라졌다"고 말한다. 호흡이 거칠어질 때마다 "딱 1분만 더"를 외친 순간, 무너져가던 삶도 함께 회복되었다고 회고한다.
『달리기의 기쁨』은 단순한 운동 권장서가 아니다. 마키는 달리기를 시작한 초기의 좌절과 비틀거림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모든 과정을 유쾌하게 회상하며, 달리기는 반드시 우아하게 뛰는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넘어지고 비틀거리는 것 역시 달리기의 일부분"이라는 그의 고백은, 아직 출발선에 서지 못한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넨다.
기자로서의 직관과 통찰을 더해 마키는 불안장애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도 책에 담아낸다. 공황장애,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불안장애를 구분하고, 각각의 증상과 대처 방안을 상세히 설명한다. 개인의 체험을 넘어 정신 건강이라는 공공의 영역을 성실히 조명한 점에서 이 책은 높은 신뢰도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한다.
『달리기의 기쁨』은 2018년 영국 출간 이후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러닝 붐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는 2019년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나를 살린 달리기』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으며, 이번에 새롭게 번역과 편집을 거쳐 원제 그대로 『달리기의 기쁨』으로 다시 국내에 출간되었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딱 1분만 더!'가 나의 슬로건이 됐다. 그 한마디가 최소 5분을 더 달리게 했고, 낯선 곳에서도 공황 발작은 일어나지 않았다. 고요와 여유를 누릴 수 있었고, 그 정서는 나의 불안한 마음에 낯선 것이었다."
『달리기의 기쁨』은 정신적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작은 희망의 신호탄이 된다. 운동을 통한 자가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책은, 단지 달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단 한 걸음, 딱 1분의 달리기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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