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 이후 정치권의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법관 대표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26일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정치권의 사법부 개입 시도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일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판장의 제안으로 상정된 두 가지 안건을 공개했다. 첫 번째 안건은 "재판의 독립은 민주국가에서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가치"임을 확인하고, 공정한 재판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사법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를 통해 최근 사태를 모니터링하고 원인을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두 번째 안건은 정치권의 법 개정 시도와 법관 탄핵 추진 등 개별 재판을 근거로 한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 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이는 민주당이 이재명 후보의 처벌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재판 절차에 영향을 미치려는 움직임에 대한 경계로 해석된다.
회의 측은 "논란이 된 이 후보 판결에 대해 개별 재판의 당부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으며, 이번 논의의 초점은 정치권의 사법부 압박에 대한 대응과 사법 독립 원칙의 수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임시회의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이 후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실시하고, 특검법 발의 및 탄핵 추진에 나서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법원 내부에서도 일부는 조 대법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초 일부 법관 대표들은 이 후보 판결의 정치적 중립성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회의 소집을 추진했으나, 다수 법관의 반대로 해당 내용은 정식 안건에서 제외됐다. 다만 정치권의 사법부에 대한 개입 시도를 우려하는 의견이 이어지면서, 재판 독립과 사법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안건이 채택됐다.
임시회의는 법관대표회의 의장 직권 또는 전체 대표 중 5분의 1(126명 중 26명) 이상의 요청으로 소집할 수 있으며, 이번 회의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정족수를 간신히 충족해 개최가 확정됐다. 회의는 구성원 과반수 출석으로 열리며, 안건은 출석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회의 당일에는 구성원 9명의 동의로 추가 안건 상정이나 수정안 제안도 가능하다.
회의에서 의결된 안건은 전국 판사들의 공식 입장으로 남게 되며, 이번 회의는 재판 독립 수호와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한 법관 사회의 집단적 의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논의를 통해 법원 내부에서도 사법부 독립성과 정치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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