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약 3년 만에 직접 마주 앉았지만, 협상은 뚜렷한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1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이번 회담은 전쟁 발발 이후 오랜만에 성사된 공식 협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양측의 입장 차이만 부각시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 대표단을 이끈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보좌관은 협상이 끝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과의 직접 회담이 막 끝났다”며 “우리는 결과에 만족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접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의 구체적인 성과로서 양국 간 포로 1000명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대규모 포로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또 “우크라이나 측이 국가 정상 간 직접 회담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이 요청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향후 협상에서 다룰 휴전 조건에 대한 양측의 비전을 문서화하기로 합의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양측의 휴전 관련 비전을 문서로 구체화하는 데 합의했고, 이후 합의된 방향에 따라 협상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측 역시 포로 교환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보였다. 협상단을 이끈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은 자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1000명씩 포로를 교환하기로 논의했다”며 “교환 날짜는 이미 정해졌지만, 아직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심 현안에 있어서는 협상 테이블에서 좁혀지지 않는 입장 차이만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 헤오르히 티히는 협상 후 “러시아 대표단은 협상 중 여러 가지 용납할 수 없는 입장을 내놨다”고 밝히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침착한 방식으로 자국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도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릴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또 다른 우크라이나 측 관계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의 군 철수를 요구하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몇 년 간 간접적 경로를 통해 소통해왔던 양국이 전면전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은 공식 협상이었다. 하지만 회담은 약 100분도 되지 않아 짧게 마무리됐으며,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협상은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평화로 향하는 실질적 전환점이 되지는 못했다. 다만, 포로 교환이라는 인도적 조치와 향후 휴전 조건에 대한 문서화 논의는 다음 협상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앞으로도 추가 접촉을 이어가며 협상의 가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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