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매장에 유심보호서비스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매장에 유심보호서비스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SK텔레콤은 해외 여행 중이거나 해외 거주자 등 현재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돼 있지 않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난 12일부터 유심보호서비스에 순차적으로 자동 가입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SK텔레콤을 상대로 유심(USIM) 정보 해킹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 9213명이 집단소송에 나섰다. 이들은 1인당 50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며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SK텔레콤의 정보보호 실패와 사후 대응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소비자들의 집단적 법적 대응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소송을 주도한 하희봉 로피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첫 번째 집단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30일 하 변호사가 예고했던 지급명령 신청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첫 법적 절차다.

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수준을 넘어선다”며 “유심 복제를 통해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감에 피해자들이 시달리고 있고,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중대한 침해”라고 강조했다. 실제 피해자들은 유심 교체 과정에서의 불편뿐 아니라 일부 금융 서비스 이용 제한 등 실생활에서의 실질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SK텔레콤에 명확한 책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보보호 및 신고 의무 위반에 대한 공식 인정과 사과 ▲유심 비밀키 유출 여부를 포함한 전체 유출 정보의 상세 공개 ▲1인당 50만원 위자료의 신속한 지급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에 대해서도 통신사 핵심 서버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포함한 제도 개선과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둘러싼 법적 대응은 이 건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법무법인 로집사, 노바법률사무소, 대건 등에서도 유사한 피해자 수임을 통해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가입자들과 공동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민관합동조사단의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통해 유출된 정보는 가입자 전화번호, 가입자식별키(IMSI) 등 유심 복제에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주요 개인정보 4종과 SK텔레콤 내부 관리용 정보 21종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정보는 해커가 피해자 명의로 유심을 복제해 금융 사기 등 다양한 범죄에 악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하 변호사는 SK텔레콤의 초기 대응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SK텔레콤은 사고 인지 후 법적으로 정해진 24시간 내 신고 의무를 어기고, 무려 45시간이 지나서야 관계 기관에 신고했다”며 “피해자에게도 사건 발생 후 10일이 지나서야 형식적인 문자 한 통을 보냈을 뿐, 유출된 정보의 구체적 내용이나 심각성에 대해선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명백한 고객 기만이자 책임 회피”라고 주장했다.

현재까지 SK텔레콤 측은 유출 경위나 관련 정보 공개에 있어 제한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번 집단소송이 향후 통신업계의 정보보호 의무와 대응 매뉴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특히, 9000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소송이라는 점에서 통신 분야 집단 피해 보상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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